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경기 시흥시 함현고등학교 교실에서 ‘탄소발자국’을 기록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차기택 교사와 학생들의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제공
경기 시흥 함현고등학교 차기택 교사
교내대회·동아리·봉사활동 등
기후변화·환경 관련내용 담아
학생들 처음에는 냉소적 시각
차차 공동체 의식 가지며 관심
올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
실천 사례 담아 지역신문 발행
“제자 관련진로 고민할 때 보람”
2018년 폭염, 2019 최다 태풍, 2020년 54일간의 최장 호우, 2021년 가을장마….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전 세계가 위험에 처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후위기에 맞서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앞다퉈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2050년까지 앞으로 30년. 미래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기 시흥시 함현고등학교에서 과학부장을 맡고 있는 차기택(41) 교사는 기후변화에 맞설 미래세대를 기르는 데 여념이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자연재해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모두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을 직감한 그는 학생들과 기후변화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교육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차 교사는 “어느 순간 예전과 날씨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문득 서서히 끓는 물 속의 평화로운 개구리가 생각이 났다”며 “어릴 때 보던 파란 하늘과 뺨을 스치던 맑은 공기가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고,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서 빌려온 지구를 우리는 너무 막 썼다는 반성이 됐다”고 회상했다.
과학 교사인 그는 기존에 없던 탄소중립 관련 수업을 비롯해 다양한 교내대회,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방과 후 활동까지 학교생활의 다양한 영역에 가능한 모든 것을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주제로 채웠다. 처음에 학생들은 ‘탄소중립’이란 단어 자체를 낯설어했다. 기후변화 환경 교육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수업 시간에 페트병을 재활용한 화분에 상추와 완두콩을 심고 키우는 활동을 했는데 ‘이걸 도대체 왜 하나’라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던 그는 학생들에게 무언가 강요하진 않았다. 다만 지치지 않고 관련 학습자료를 준비해 수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조금씩 변화했다.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들고 직접 손으로 흙을 만져 씨앗을 뿌리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어느덧 교실에는 페트병 화분이 가득했다. 교실에서 키우는 페트병 안의 작은 생명이 자랄수록 학생들의 마음에 지구를 지키는 공동체 의식이 서서히 뿌리 내리는 듯했다.
차 교사의 열정과 학습에 관한 관심이 더해져 함현고는 올해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탄소중립 시범학교는 탄소중립을 위한 지역 거점 학교로, 지역의 탄소중립 실천 사례를 모으고 기후변화 위기의식을 주변으로 확대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 함현고는 정기적으로 탄소중립 신문을 발행하면서 다양한 탄소중립 실천 사례를 담아 지역사회로 배부하고 있다. 또 학급별로 1명씩 ‘지구지킴이’가 임명돼 학급에서 지구를 지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천하고 있다.
차 교사는 많은 학생이 진로를 고민하며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모습을 발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근에 경제학과 진학을 꿈꾸던 고3 학생이 그를 찾아와 “기후환경 활동으로 인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잘 알게 됐고 전공으로 기후경제학을 선택해 환경을 위한 큰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온몸이 떨릴 정도로 감동했다고 전했다.
지구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일이 아니며, 각자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한 것은 큰 변화다. 함현고 학생들은 이제 에너지 절약과 올바른 분리수거를 일상에서 실천한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에 텀블러와 같은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빈 공간의 전등을 꺼서 전기를 절약하는 모습들이 일상이 됐다. 차 교사는 학생들에게 “행동하는 지식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많은 선택의 순간에 우리는 망설이는데, 지금 바로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면 지구가 바뀐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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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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