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상훈, 동심 속 기억의 조각들, 4.5×2.5m, 가변연출, 2017
이웃 나라의 골판지 사랑이 생각보다는 과도한 것 같다. 올림픽 선수촌 침대로 소개되면서 골판지가 저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았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나름의 방안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향한 집착과 경쟁이 다소 엉뚱한 결과를 낳곤 하니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종이는 얇고 가볍다. 하지만 일정한 두께와 조직을 통해 의외의 조형성과 내구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종이, 특히 한지는 조형 재료로도 많이 쓰인다. 평생을 한지 조형에 매진해 온 양상훈에게서 그 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 소조적 직조나 거푸집 캐스팅, 가죽 느낌의 ‘줌치’ 등 기법이 다양하다.
그는 천진난만한 어렸을 때의 꿈과 아련하니 파편화된 동심의 기억 조각을 한지 닥펄프에 투영시킨다. 할머니께 들었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기도 하고 즐겨 읽은 동화 속 이미지들이기도 하다. 일정한 줄거리 없이 그저 주마등처럼 스치는 기억의 조각들을 무작위로 채집한다. 온갖 딱지들을 모아놓고 뿌듯해했던 동심이 엿보인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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