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입당, 우리에겐 신의 한수… 野 경선 ‘이벤트 요소’ 사라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구 주석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광복 후 환국하기 전 임정 청사에서 기념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그린 ‘임시정부의 환국’ 그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파워인터뷰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서울시장 보궐때 吳·安 단일화
컨벤션 효과탓 패배…아픈 전례

尹지지율 높은건 반성해야 할 점
우리가 노력하면 尹거품 꺼질 것

尹·洪은 정치토대 공유 어려워
反文정서 기댄 정권교체만 목표

與는 네거티브戰 해도 복원 가능
후보 선출뒤엔 중도로 더 갈 것

취임 후 내로남불 등 극복 노력
정권교체 당연시되던 상황 바꿔

인터뷰 = 조성진 정치부 차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우리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6개월 앞두고 겨우 예측 불가 상태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정치 경험, 가치 등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어서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민의힘보다 한 달 먼저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민주당은 유리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경선이 끝나 후보가 선출되면 지지층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중도층으로 훨씬 자유롭게 넓혀갈 수 있다”며 “경선에서는 서로 네거티브도 하고 있지만,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정치적·가치적 토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탈원전보다 탈탄소가 훨씬 상위 개념이고 선행 개념”이라며 “탈탄소를 하려면 원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문 정부의 최대 실패로 지적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공급 대책이 늦었고, 말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1가구 1주택자 세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중재안이 도출될 것이라 믿는다. 시작하기도 전에 중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언론중재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 처리에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진행됐고 이후 내용을 보완했다.

―당 대표 4개월을 어떻게 평가하나.

“변화의 시작이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예측 불가로 만들었다.”

―예측 불가라면 무슨 의미인가.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정권 교체 요구가 더 높다. 그런 점에서 계속 바뀌어야 한다. 대표가 되면서 민주당을 확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이 반기업적으로 비친 면도 있고, 성장 담론이 취약하다. 국가 안보 분야에서 좀 약하게 보이고 이런 게 있지 않나. ‘내로남불’, 무능으로 비친 것들을 바꾸고자 노력했다. 우리 당 경선이 일찍 시작돼 국민의힘보다 컨벤션 효과를 미리 얻기도 하고, 야당은 여러 불협화음이 생기다 보니, 정권 교체가 당연시되던 상황이 이제 예측불허로 바뀌었다. 성과라고 평가한다.”

―어떤 점이 바뀌었나.

“당 대표가 된 후 ‘변화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참배했다. 이전 대표들도 참배했지만, 다른 점은 방명록에 그분들의 장점을 썼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이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하신 대통령님의 애국독립정신을 기억합니다”라고 남겼고, 박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는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물론 단점도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은 우리 역사로 쌓아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존중한다.”

―아직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대표가 되면서 부동산, 백신, 기후변화, 반도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부동산은 공급이 되려면 최소한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정부 시절 좀 더 공급대책을 보완했어야 했다. 문 정부도 공급대책을 서둘렀어야 했는데, 제대로 된 공급정책은 올해 2월 4일에 나왔다. (공급 없이) 말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선분양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서 수요를 시간별로 분산시켜 노력하고 있다. 무조건 세금을 올리는 정당이 아니고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경감시키려 한다는 점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문 정부 에너지 정책을 탈원전이라고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고 있지 않나.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를 선언했는데 탈원전보다 탈탄소가 훨씬 상위 개념이고 선행 개념이다. 탈탄소가 되려면 원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으로 가지만 소프트랜딩을 해야 해 탈원전보다는 에너지 전환정책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 부분을 잘 납득시키는 게 필요하다.”

―반도체특별위원회에서 특별법을 마련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걸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두고 논란이 많은데, 불가피했다. 가석방이 절충점 아니었나 생각한다. 특혜를 준 것은 맞지만, 60% 이상 형기를 살며 형식 요건을 갖췄다. 반도체 분야는 6개월마다 기업 운명이 결정될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 미·중 갈등 속에 반도체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는 생존의 문제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9월에 방미를 추진하려고 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여름 휴가 기간 강원 사찰에서 단식을 하며 몸이 다소 날씬해졌다고 말하며 웃고 있다. 김선규 기자

“탈원전이 文정부 에너지정책 전부는 아냐… 탈탄소 위해선 원전협력 필요”

2050년까지 탄소중립화 선언
탈탄소, 탈원전보다 상위 개념
‘에너지 전환정책’이 맞는표현

더 좋아진 공직자윤리법처럼
언론중재법 與野 합의안 기대
중재안 불발 가능성 생각안해

이준석 野 대표와는 서로 신뢰
여·야·정 협의체도 복원될 것

강성 지지자들 문자폭탄 오면
스마트폰 얼음에 담가 식힌다

―한반도 종전선언 결의안은 추진하나.

“종전 결의안이 후속조치로 이어지지 않으면 상징에 불과하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평화협정을 위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데 있어 신뢰의 표시로 합의가 돼서 하면 좋지만, 우리끼리 일방적으로 종전선언 결의안을 추진한다는 건 좀 머쓱한 측면이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호흡은 어떤가.

“좋은 관계다. 서로 신뢰한다. 여·야·정 협의체도 복원될 것 같다. 언론중재법이 정리되면 다시 추진할 생각이다.

―언론중재법은 중과실 추정 같은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일방적으로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게 아니라 원칙적으로 주장자가 입증하게 돼 있다. 현재 언론중재 소송 평균 승소액이 500만 원이다. 2, 3년에 걸쳐 소송하고 승소액이 변호사 비용도 안 되면 누가 소송을 하겠나. 소송하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이미 입어버린 사례도 많다. 배상액이 최대 5배지만, 5배로 다 한다는 보장도 없다. 고의·중과실도 진실하거나 진실로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면책하도록 돼 있다. 최순실, 우병우, 조국 등은 현직 공직자가 아니니까 빠지게 된다고 하지만, 공적 인물 이론은 미국이나 대한민국의 확고한 판례다.”

―‘가짜뉴스’는 1인 미디어 등이 더 큰 문제이지 않나.

“전기통신망법 개정안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그게 우선됐어야 하는데 야당이 소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속도가 안 났다. 균형을 찾도록 하겠다. 국민이 제일 원하는 건 유튜브 등의 허위사실 유포인데, 속도가 안 맞게 된 건 사실이다.”

―여야 8인 협의체에서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민주당이 안을 처리하나.

“여야가 합의해 외부전문가들을 모시고 협의체를 구성한 만큼, ‘가짜뉴스피해구제법’의 취지에 맞는 합리적인 중재안이 도출될 것이라 믿는다. 시작도 하기 전에 중재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협의기구를 통해 언론계 등의 목소리를 폭넓게 경청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법안 처리를 미루기는 했으나 여당의 입법 독주가 재연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부분 법안은 합의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저는 야당과의 합의를 중시해왔다. 이해충돌방지를 도입한 공직자윤리법을 두고 강성 지지자들은 4·7 재·보궐선거 전에 단독 처리하자고 했다. 저는 반대했다. 야당이 이해충돌 범위를 좀 더 논의하자고 한 것인데 이를 거부하고 상대방을 반개혁적이라고 낙인찍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여야 합의로 처리되면서 내용이 더 좋아졌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그렇게 말했다.”

―당내에서 이른바 ‘검찰개혁 시즌2’를 정기국회 내에 완료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6월 대표연설에서 말씀드린 바 있지만, 지금 당장은 1단계 검찰개혁이 잘 뿌리 내리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인력 충원이나 검찰 인력 조정 문제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국에는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혀가면서 당·정 및 여야 간 협의를 진행하겠다.”

―국민의힘보다 경선을 일찍 시작했다.

“경선을 연기하자던 분들의 고민은 후보를 먼저 뽑으면 집중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고, 국민의힘이 우리보다 늦게 컨벤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 달 먼저 후보를 선출하는 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우리 주자들이 중도층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경선 때문에 대부분 강성 지지층의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 여든 야든 마찬가지다.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서 좀 더 폭넓은 메시지가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 않나. 먼저 후보가 확정되면 훨씬 자유롭게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선 과정에서 주자들은 지지층을 생각하고, 대표가 대신 중도층을 껴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경선 단계에서 후보 공약은 아무래도 실현 가능성이 작고 검증이 덜 됐을 수 있다. 경선을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후보가 결정되면 당이 준비한 공약과 화학적으로 결합해서 미비점을 보완하고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후보 진영 간, 지지자 간 갈등을 치유할 시간을 한 달 더 번다. ‘원팀 민주당호’는 순항할 것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경선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나.

“야당에 후보 단일화 이벤트가 있다든지, 내부 경선이 정말 멋있게 돼서 예측불허의 반전 효과가 발생한다든지의 요소는 이제 없어졌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우리 입장에선 신의 한 수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만들어진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단일화의 트라우마가 있다. 우리는 박영선 후보로 미리 정해서 가는데, 야권이 컨벤션 효과를 보고 역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제일 걱정하던 부분이 사라졌다.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갈등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다. 우리 주자들은 민주화 운동을 경험했고 가치를 공유한다. 경선에서는 서로 네거티브도 하고 있지만,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정치적·가치적 토대가 있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 반문재인 정서를 활용해 정권을 잡자고 모여 있을 뿐이다. 같은 정당 활동을 해 온 것도, 공동의 가치를 추구했던 것도 아니다.”

―앞서 예측 불가라고 했지만, 내심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번 대선 후보는 누가 선출되든지 당을 좌지우지할 카리스마가 있지 않다. 정당이 집권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후보의 미비점을 당이 얼마나 보완해주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내년 3월 9일 대선이 끝나면 새 대통령은 2년 넘게 이 국회와 동거를 해야 한다. 국민은 윤 전 총장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이 절대다수인 국회와 새 대통령이 함께 맞춰가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정치를 몰라 엄청난 갈등을 유발할 수 있고 국회와 청와대가 틀어지면 국정이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의회 다수파에서 대통령이 나와야 훨씬 더 국정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 재·보선에서는 유권자의 분노가 컸고, 핵심은 부동산에 있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건 항상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보기 싫어서 지지하는 반사 효과다. 좀 더 겸손하게 마음을 열고 국민 눈높이로 다가가면 윤 전 총장을 향한 지지는 상당 부분 거품으로 드러날 수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사직 사퇴를 거론한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문자 폭탄을 받았다.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 기자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강성 지지자들이 감정을 쏟아낸 글을 인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공식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한 말이 아니다. 언론도 인용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영향력을 키워준다. 저는 문자가 많이 올 때면 스마트폰을 얼음에 좀 담가둔다(웃음). 국회의원, 공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 정치인은 거기에 편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야권 주자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누구인가.

“오 시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오 시장은 나오기 어렵지 않겠나. 서울시장 보선 트라우마도 있고, 경쟁력도 제일 낫다고 본다.”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한 사람 중에서는.

“우리는 윤 전 총장이 후보가 되는 게 제일 좋다고 본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후보가 될 것 같지 않다. 지금은 윤 전 총장과 홍 의원 싸움이다. 윤 전 총장이 토론을 회피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자기 당내에서도 토론을 안 하고 권력을 쥐고 아랫사람을 거느리던 사람이 (본선에서) 정상적인 토론이 되겠나.”

―윤 전 총장이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국기 문란’ ‘검찰 쿠데타’와 같은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검찰 역사상 최악의 사건이다. 증거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손준성 검사가 넘긴 고발 사주 문건들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텔레그램 대화방에 전달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야당 1위 대선후보가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검 감찰에서 머무를 게 아니라, 신속히 수사로 전환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5선 의원이고, 광역단체장을 지냈으며 당 대표를 하고 있다. 정치인 송영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내년에 이기지 못하면 제가 패장이 된다. 다음을 고민할 수가 없다. 대선을 이기는 것이 현재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