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간식먹고 보드게임하는 ‘또 다른 내 집’… “매일 오고 싶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경기 시흥시가 만든 시흥시 정왕동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1층 ‘모두의 집’에서 지역 아동들이 각자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모두의 ZIP(집)’

곳곳에 자기만의 방같은 공간
빈백에 누우면 스트레스 훨훨
간식도 피자·치킨·마카롱 다양
멘토 선생님과 1대1로 대화도

“우리공간 우리가 직접 디자인
그만큼 애정이 더 많이 갑니다”

시흥지역 모든 어린이에 개방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에 대한 중요도가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부도, 일도, 여가도 모두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람에게 집은 편하게 쉬거나, 즐겁게 놀 수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런 집을 가진 것은 아니다. 경기 시흥시의 일부 아동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집이 좁아서, 자기만의 방이 없어서, 혼자 오랜 시간 부모님을 기다리기만 해야 해서…. 우리 주변엔 다양한 이유로 집이 결코 편치 않은 아동들이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정왕동 일대 지역 아동들에게 ‘공간’을 선물하기로 했다. 자기만의 방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거나,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아동들에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1층 ‘모두의 ZIP(집)’은 마을 안의 또 다른 나의 집이란 의미를 담아 지난봄 문을 열었다. 모두의 집이 들어선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시흥시가 2020년 11월에 준공한 건물이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이곳 1층에 아동들을 위한 공간을 구상하기 위해 전문 디자이너와 지역 아동 20명을 모아 설계에 들어갔다. 예산은 7000만 원이 투입됐는데, 재단의 전 대표이사였던 신승일 고문이 후원에 나섰다. 모두의 힘이 모여 지난 3월 모두의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집은 넓은 공간감을 자랑한다.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세모난 지붕이 설치된 공간은 개인 방 같은 느낌도 준다. 자기만의 방이 됐다가, 모두의 방이 됐다가, 만나고 흩어지고 만나길 반복하는 공간이다. 집에 온 아이들은 빈백에 가만히 누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보드게임을 하며 웃고 떠들기도 한다. 지역 내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A 군은 “우리가 생각을 모아 우리의 공간을 직접 디자인했다”며 “마을 안에 또 다른 우리 집이 탄생한 만큼 애정이 크고, 매일 오고 싶은 곳이 생겨 기쁘다”고 말했다.

정왕동은 시흥 내에서도 다문화가정이 많은 곳이다. 센터는 이주배경, 맞벌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지역 아동 돌봄 부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동들에게 다양한 놀이·문화·체험 학습 등의 활동을 제공해 자신과 타인의 문화가 상호작용하는 법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중국 국적의 김주화(가명) 씨는 “딸 아이가 센터에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센터에 가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센터에 가지 않는 날은 선생님들이 전화로 안부도 물어봐 주시고, 멘토 선생님하고 일대일로 대화도 많이 한다”고 함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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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최근엔 간식 배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는 날이 늘고, 여름 방학이 이어지는 동안 결식아동들이 늘었다. 센터에 오는 지역 아동 중 세 끼를 모두 챙겨 먹는 아동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 선생님들은 당장 간식지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동 기본권리인 생존과 성장의 권리, 건강할 권리 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지역사회 봉사자, 근로장학생, 센터 직원들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매일 아동 40여 명에게 간식을 지원했다. 아동들은 센터에 찾아와 간식을 받아간다. 김밥에서부터 피자, 닭강정, 마카롱 등 매일 다양한 메뉴로 구성돼 아동들에게 인기가 높다. 출석하지 않은 아이들에겐 전화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까지 따로 물어볼 정도로 개별 아동 하나하나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키우는 학부모 정은영(가명) 씨는 “저는 일을 가야 하다 보니 아이 간식을 챙겨줄 여유가 없었는데, 센터에서 간식을 나눠줘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며 “아이들이 다양한 기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늘 살뜰히 챙겨줘 부모 입장에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센터는 정해진 아동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흥 지역 모든 아동에게 열려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아동권리를 기반으로 아동들과 주민의 참여·협력을 통해 아동친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두의 집’을 응원하며 재단은 앞으로 아동권리기반 서비스 확대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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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시대의 빛과 거울이 될 훌륭한 인재 양성을 위해 오늘도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사랑을 베푸는 선생님들의 값진 사연을 전해 주세요. 제보 및 문의 : teacher@munhwa.com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