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국적·인종 다른데도 닮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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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즈(28·파키스탄), 딜라잇(여·29)

저(딜라잇)와 남편은 SNS를 통해 알게 됐습니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해왔기에 K-팝에 관심이 많았어요. 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라서 영어를 아주 잘했죠. 마침 저도 영어를 배우고 싶던 때라 서로의 관심사가 잘 맞았어요. 그렇게 인터넷 친구가 된 처음에는 가벼운 대화만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남편과의 통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평소 악몽을 자주 꿨는데요. 남편은 그런 저를 위해 밤새도록 수화기 너머로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들려주곤 했어요. 그렇게 점차 서로에 대한 호감이 커지던 중 남편이 갑작스레 만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처음으로 대면했어요.

남편은 세심하게도, 그곳에 이틀이나 먼저 도착해서 저희가 함께 갈 곳들을 미리 둘러봤다고 해요. 공항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은 제가 생각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제가 먼저 용기를 내 남편의 손을 잡자, 남편도 제 손을 꼭 잡아주더군요. 그렇게 저희는 연인이 됐습니다. 행복한 연애를 즐기던 중, 코로나19가 창궐했어요. 1년 넘게 서로를 만날 수 없게 됐죠. 저희는 이 기약 없는 기다림을 끝내기로 했습니다. 결혼 준비를 시작했어요.

낮에 일하고 돌아와 밤에는 비자 서류를 준비하고 서로의 언어를 공부하며 고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올해 1월, 드디어 남편이 어렵게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곧바로 혼인신고했죠. 코로나19로 예식은 미뤘지만, 법적 부부인 저희는 현재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는 중이에요.

저희는 국적도, 인종도 다르지만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서로가 서로를 많이 사랑하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고 싶다는 첫 번째 꿈을 이룬 저희는 이제 함께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다른 문화와 배경을 이해해가며 평생토록 함께하려 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