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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0일(金)
배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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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밖에 없었을 때는 집밥이란 말이 없었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 당연하니 그런 말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집 밖에서 먹는 밥, 외식(外食)이 널리 퍼진 후에야 비로소 집밥이란 말이 생겨났다. 물론 집밥은 외식의 반대말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이들이 직장, 군대, 학교 등에서 먹게 되는 급식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외식은 그저 집 밖에서 먹는 밥을 넘어 좀 더 특별하고 맛있는 밥이라는 의미도 가진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밥도 외식도 위험한 상황이 됐다.

가족의 삼시 세끼를 모두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세끼를 준비하는 이들도 어렵지만 매번 똑같은 밥상을 마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들에게 구세주였던 외식마저도 이제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주민등록상 가족인지를 따져야 하고 숫자를 헤아려 누군가를 넣고 빼야 한다.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어야 식구라 할 수 있는데 외식할 때는 식구를 추려야 한다.

그 목마름을 해소해 주는 것이 바로 배달이다. 아주 오래전 배달의 대상은 신문과 우유였다. 그러다 짜장면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뒤이어 ‘치킨’도 가세했다. 음식을 배달하는 것이긴 하지만 밥이라기보다는 밥 대신 먹는 것, 혹은 별식으로 먹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밥, 반찬, 특별식 등등 무엇이든 다 배달한다. 배달 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배달기사들의 오토바이가 거리를 메운다. 이제는 집밥과 외식 외에 ‘배달식’을 또 하나의 밥으로 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밥은 어머니나 아내가 지은 집밥이어야 한다고, 혹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격식을 차리고 먹어야 한다고 우기는 이가 아직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필요가 만들어낸 배달식을 굳이 배척할 이유는 없다. 배달을 둘러싼 잡음과 배달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만 해결한다면.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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