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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4일(火)
與지지층 내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 ‘높은 정권교체론=野 승리’는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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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의 정치카페 - ‘정권교체 지수’ 착시 현상

진보층 내 ‘文-黨 분리’ 심리… 정권 ‘교체’여론이 ‘유지’보다 월등히 높지만 차기 지도자 선호도는 반대로
2012대선도 정권심판론 더 컸으나 與 박근혜 당선… 정권교체 지수로 ‘야당 집권’관측은 자칫 민심 誤讀


내년 대선을 앞둔 여론조사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는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보다 월등히 우세하다는 점이다. 대략 10%포인트 언저리에서 정권교체 지수가 정권유지 지수보다 높다. 거의 예외가 없다. 그렇다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도 야당이 여당을 앞설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지 않다. 여당 1등 주자가 야당 1등 후보를 오히려 앞서거나 근소한 차이로 경합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당 1등 주자인 이재명의 ‘비문(비문재인) 정체성’에 있다. 전통적인 진보 지지층 가운데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 여기는 유권자가 있는 것이다. 여당 지지그룹 내에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분리하는’ 심리가 있다는 걸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또한 ‘높은 정권교체론 = 야당 승리’로 읽는 게 착시이자 민심 오독(誤讀)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과 ‘민주당’의 분리

매달 첫 주에 차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확인된다. 정권교체론 지수가 오차범위를 넘어 높은데도, 막상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는 여당 1위 후보가 더 많이 나오는 것이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 5월부터 9월까지의 추이를 보면 ‘정권교체론 대 정권유지론’은 ‘49% 대 36%’(5월), ‘50% 대 36%’(6월) ‘49% 대 38%’(7월), ‘47% 대 39%’(8월) ‘49% 대 37%’(9월)였다. 편차는 있지만 정권교체론이 확실히 높은 경향성을 유지했다(그래프 왼쪽). 그렇다면 응당 ‘차기 지도자(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도 야당 후보가 앞설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여당 1위 이재명과 야당 1위 윤석열 선호도는 ‘25% 대 22%’(5월), ‘24% 대 21%’(6월), ‘24% 대 25%’(7월), ‘25% 대 19%’(8월), ‘24% 대 19%’(9월)였다. 7월 한 차례를 제외하면 그 밖의 모든 조사에서 여당 후보가 야당 후보보다 높은 선호도를 갖는 흐름이 확인됐다(그래프 오른쪽). 즉 정권교체 지수와 대선주자 선호도 지수 간에 불일치가 생긴 것이다.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의 웹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정권교체 의견이 50.5%로 정권연장(27.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양자대결에서는 거꾸로 이재명이 34.4%로, 22.8%에 그친 윤석열을 크게 눌렀다. 그 비밀이 다른 항목의 문답에서 나타난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자 중 윤석열 지지는 42.0%에 그쳤고 이재명 지지가 14.2%나 됐는데, 정권연장을 바라는 응답자 중 이재명 지지는 71.7%나 됐고 윤석열 지지는 2.6%에 불과했다.

◇정권교체 지수 착시 현상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라고 모두 야당 대선 주자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이 가운데, 특히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그룹이나 진보층에서는 정권교체를 원하면서도 민주당 정권은 계속되길 바라는 유권자가 꽤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각종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 보면 민주당 지지층이나 진보층의 약 10∼20%가 정권교체를 희망하지만, 이들이 모두 보수 야당 주자를 지지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본래 정권교체란 정당 간 권력교체를 말한다. 그럼 민주당 지지자이면서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은 왜 나오는 걸까. 이는 대통령 문재인과 민주당의 분리, 즉 ‘문-당 디커플링(비동조화)’에서 나온다. ‘문 정권의 실정엔 채찍을 들지만 민주당 정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정권교체 지수가 줄곧 높은데도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근소하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역시 이를 말해준다. 한국갤럽 9월 첫 주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29%였다.

요컨대 지금의 정권교체 민심에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분리’, 나아가 ‘문재인과 이재명의 분리’ 심리가 깔려 있다. 문 정권에는 비판적이지만 진보정권을 포기할 수 없는 여당 성향 표심이 ‘문 정권과 가장 차별화할 인물’인 이재명에게 쏠리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이재명이 여당의 공식 후보로 선출되면 적극적인 문 정권 흔적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낳게 한다. 이재명 캠프의 주요 인사는 기자와 만나 “이재명은 문 정권과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코 ‘문재인 시즌 2’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의 대선 출마선언문 제목은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였다.

◇‘2012년 대선’의 기억

지난 2012년 이명박 집권 말기 대선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여당의 박근혜와 야당의 문재인이 맞붙은 선거였다.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그해 11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정권교체(54.0%)는 정권유지(34.9%)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박근혜가 문재인을 앞섰다. 집권층을 지지하는 보수층 응답자의 20%가량이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답한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문재인 캠프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높은 정권교체 지수가 야당의 집권 가능성을 키워줄 것이란 기대 속에 선거전략을 짰다. ‘이명박근혜’ 프레임도 여기서 나왔다. ‘박근혜 집권은 이명박 정권 시즌2’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는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후 ‘여당 내 야당’으로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꾀해 온 터였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사이의 손익분기점을 따지면서 치밀하고 집요하게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를 추진했다. 대선에 앞선 총선에선 친이(친이명박)계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학살’을 벌였다. 대선 직전엔 “박근혜 당선이 곧 정권교체”라는 말이 캠프에서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이윽고 2012년 12월 대선. 박근혜가 승리하면서 ‘여당 내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당시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이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현재의 대선 레이스를 이해하는 데 2012년 대선은 좋은 연구 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 역시 문 정권 임기 내내 친문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며 비주류·비문의 정치 역정을 걸어왔다. 그는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민주당에서 청출어람 하면 국민 일부는 정권교체로 여길 것”이라고 했다. 보수 정치권 내에서도 정권교체론의 착시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교체 지수 = 야당 집권 보장’으로 읽는 건 자칫 되돌리기 어려운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문재인’과 ‘민주당’의 분리 : 여론조사에서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을 월등히 앞섬. 하지만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는 여당 후보가 오히려 야당을 앞서는 경우가 많음. 즉 정권교체 지수와 대선주자 선호도 지수가 불일치.

정권교체 지수 착시 현상 :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당 1위 후보인 이재명의 ‘非文 정체성’에 있음. 여당·진보 지지층 내 ‘이재명 당선도 정권교체’라 여기는 유권자가 있는 것. ‘文-민주당 분리’ 심리이자 ‘文-이재명 디커플링’임.

‘2012년 대선’의 기억 : 18대 대선 전에도 정권교체론이 훨씬 높았음. 하지만 여당 박근혜가 당선됐고, 정권교체 여론에 기대를 걸었던 야당 문재인은 패배. ‘높은 정권교체 지수 = 야당 집권 보장’으로 읽는 건 자칫 민심 오독임.


■ 용어 설명

‘여당 내 야당’은 현직 대통령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운 여당 인사나 그 행태를 표현하는 말.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를 추구했던 박근혜, 현 정권에서 친문 세력과 각을 세워온 이재명이 대표적인 사례.

‘정권교체’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권력이 바뀌는 일’인데, 대통령중심제 한국에서는 통상 여당 권력과 야당 권력이 바뀌는 것을 말함. 하지만 ‘여당 내 야당’ 현상이 빈번히 일어나며 그 의미도 변화.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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