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안보’에 흔들리는 반도체 M&A… 美·中·英·伊 등 정부서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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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코노미

반도체 공급 부족사태 겪은뒤
승인 안내주고 심사 지연시켜

반도체가 ‘기술 안보’의 핵심으로 등장하며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각국 정부의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반도체 확보가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격상되면서 각국 정부가 특정 업체나 국가가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있는 거래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14일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M&A하면 국가 안보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 이를 막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영국 시장경쟁감시기구 경쟁시장청(CMA)은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시장을 교란하고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심층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영국 정치권도 영국의 핵심 자산인 ARM이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넘어가면 영국이 기술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며 인수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도 반도체 확보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며 상대국 기업의 M&A를 쉽사리 승인하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지난 5월 중국계 사모펀드(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WRC)이 한국 매그나칩반도체를 14억 달러(약 1조6250억 원)에 M&A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과거 일본 도시바 계열사를 중국 기업이 인수하려는 것을 막았던 것처럼 WRC의 매그나칩반도체 M&A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9개월 넘게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의 M&A 심사를 지연시키며 지난 3월 결국 거래를 무산시켰다. 업계에선 고쿠사이일렉트릭이 미국 업체로 넘어가면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라 중국 업체들의 반도체 장비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 중국 정부가 거래를 무산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지난 3월 이탈리아 정부가 기술 안보를 이유로 중국 선전투자홀딩스의 밀라노 반도체 기업 LPE에 대한 M&A를 허용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