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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5일(水)
“그림 그리기는 수행… 내 전부 건 싸움, 내년 200호 대작 선보인 후 기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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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단색화 아버지’ 박서보

내달까지 국제갤러리 개인전
“관객의 우울 해소하는 그림…
21세기 미술은 그렇게 가야”


“늘 자빠져서 부상이에요. 늙어서 다리에 힘이 없거든. 면상(얼굴)을 세 군데나 꿰맸어요. 우측 팔뚝도 찢어져서 겨우 치료했어요. 그래도 그려야지요.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진 해야지요.”

박서보(사진) 화백은 그림 작업을 하다가 다친 이야기를 하면서도 유쾌한 음성이었다. 올해 만 90세의 그는 예전처럼 이젤을 바닥에 놓고 그릴 수 없다고 했다. 엎드릴 수 없는 탓이다. 그래서 이젤을 세워놓고 그 화면에 자신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5시간 정도 서서 일을 하면 뻗정다리가 돼요.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서 그립니다. 내 전부를 걸고 그림과 싸우는 거지요.”

그는 15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PARK SEO-BO’를 연다. 그동안 국제갤러리와 함께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2015) 등에서 한국의 단색화를 세계에 알리는 여정을 함께했으나, 개인전은 지난 2010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 ‘후기 묘법(描法·Ecriture)’ 혹은 ‘색채 묘법’으로 알려진 2000년대 이후 근작 16점을 소개한다.

박서보, ‘Ecriture(描法) No. 140410’

“빨강, 분홍, 파랑 등 다양한 색을 내 방법대로 편성한 작품들이에요.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간 것이지요. 20세기 작가들은 화면에 대고 자기 생각을 토해놨잖아요. 그러니 작가의 이미지가 그림을 보는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달려들었지요. 이제 그런 것은 그만두고 그림이 흡인지처럼 보는 이에게 스며들어서 우울, 짜증 등이 생기는 번뇌를 해소해줄 수 있어야 해요. 21세기 미술은 그렇게 가야 해요.”

해외 미술계는 그를 일컬어 ‘한국 단색화의 아버지’라고 일컫는다. 서양 미술과 차별화하는 단색화를 선구적으로 실험하고 그 이론(행위의 무목적성·무한 반복성·수행 도구론)을 정립했으며, 수많은 후학을 배출했다는 의미에서다. 그의 단색화를 대표하는 ‘묘법’ 연작은 초기 ‘연필 묘법’과 후기 ‘색채 묘법’으로 대별된다. 전자가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우고 수신하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면, 후자는 손의 흔적을 강조하는 대신 일정한 간격의 고랑으로 형태를 만들고 풍성한 색감을 강조해 자연과의 합일을 추구한다.

그는 작품 제작을 위해 두 달 이상 물에 충분히 불린 한지 세 겹을 캔버스 위에 붙이고, 표면이 마르기 전에 굵은 연필로 선을 그어 나간다. 물기를 말린 후 자신이 경험한 자연경관을 담기 위해 표면에 아크릴 물감을 덧입힌다. 이렇게 연필로 긋는 행위를 반복해 만든 작품에는 축적된 시간이 덧입혀지고, 그의 철학과 사유가 직조한 리듬이 밴다.

그는 서울 연희동 자택 겸 작업실 ‘기지(Gizi)’에서 작업을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작년부터는 어디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으면서 작업했어요. 작업하다가 보통 새벽 1시에 잠드는데, 어쩌다 5시 반에 깨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하루 종일 피곤하지요(웃음). 그러면 TV 보다가 1시간쯤 졸기도 하고 그래요. 사실 매일 잠 오는 약을 먹어야 해요.”

그렇게 수면제를 먹는 상황에서도 그는 그림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2019년부터 그려온 200호 대작들을 꼭 완성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 색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인데, 경쾌함과 중후함이 함께 섞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시다시피, 나는 그림 그리기가 수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색칠과 선 긋기를 반복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내는 깊은 맛은 서양인들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에요.”

그는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특유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내년에 베니스비엔날레에 초대돼 전시회를 엽니다. 현재 내가 작업하고 있는 200호 대작들을 거기서 신작으로 선보일 거예요. 그런 다음 우리나라 미술관에 그 작품들을 기증할 겁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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