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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5일(水)
용산 전자상가서 부품 팔던 곳이 시총 1600억 기업 됐다… “코로나19로 죽었다 쿠팡으로 살아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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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근 앱코 대표(왼쪽)가 자체 개발한 앱코 키보드를 소개하고 있다.
▲  앱코의 레이저 게이밍 마우스 ‘HACKER A700’
코로나 시기 쿠팡 매출 3배 증가, 물류·배송 올인하며 코스닥 상장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마곡역 인근의 한 사무실. 20평 크기의 쇼룸에 무지개색 키보드 수십 대가 반짝였다. 그중 수도꼭지 물이 자판에 흘러내리는 키보드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저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완전 방수 키보드입니다. 음료나 커피를 키보드에 쏟아도 아무런 고장 없이 잘 작동합니다.”

‘해커’ ‘콕스’ 등의 브랜드로 게임용 키보드·헤드셋·마우스 등과 같은 게이밍 기어를 제조하는 ‘앱코’의 오광근 대표는 업계에서는 ‘용산 전자상가의 전설’로 불린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그래픽카드 유통을 하던 작은 회사는 이제 게이밍 기어 국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점유하는 강소기업으로 떠올랐다. 흐르는 물을 부어도 정상 작동하는 세계 최초의 완전방수 광축 키보드, 드라마 ‘도깨비’에서 인기를 끌었던 조약돌 타입 키캡의 ‘벚꽃 키보드’가 모두 앱코의 제품이다. 앱코는 국내 게이밍 키보드(49%, 지난해 1분기 기준)·헤드셋(51%)·PC케이스(65%)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앱코 키보드는 ‘가성비 최고 키보드’로 통한다.

특히 지난해 1532억 원의 매출(영업이익 25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단 3년 만에 매출이 3배 이상 뛴 것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40%에 달한다. 오 대표가 “독보적인 PC 부품기업을 창업해 증시에 입성하겠다”는 꿈을 품고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PC부품 사업에 뛰어든 지 꼭 2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2011년 40명이었던 직원 수도 현재는 150명이 넘는다.

▲7년 전 매출 90%가 오프라인 PC방… 코로나19 이후 매출 90%가 온라인에서

앱코는 지난 상반기 70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현재는 매출의 90% 가까이가 온라인 쇼핑을 통해 발생한다. 오 대표는 “코로나19로 죽었다가 쿠팡으로 살아난 셈”이라고 말했다. 불과 7년 전만 해도 앱코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10%에 불과했다. 앱코의 출발도 애초부터 용산 전자상가에서 시작한 조립 PC케이스 사업이었다. 2001년 그래픽 카드 유통으로 시작해 당시 조립 PC케이스 시장에 뛰어들며 매출 100억 원대 회사로 키워냈지만 여전히 주요 매출처는 PC방이었다. PC케이스 사업을 하던 오 대표는 조립PC의 주 고객인 PC방 사장들로부터 게임용 키보드 수요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단순히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브랜드 사업을 하고 싶어 기존 사업을 접고 게이밍 기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앱코가 2015년 개발해 내놓으며 국내 게이밍 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완전방수 광축 키보드 역시 첫 공급처는 PC방이었다. “당시 PC방에서 사용하던 10만 원대 기계식 키보드는 음료수라도 엎지르면 고장나기 일쑤였죠. 이때 나노 분사 코팅 등을 적용해 완전 방수가 가능한 기계식 키보드를 기존 PC방 키보드 가격의 40% 수준으로 공급했습니다.” 앱코의 광축 키보드는 접촉을 없애 사용 연한은 늘리면서도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을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국내 PC방 10곳 중 9곳이 앱코 제품을 쓰고 있다.

잘나가던 회사는 코로나19로 PC방이 연이어 문을 닫으며 위기를 맞았다. 주요 거래처인 PC방 매출이 곤두박질치면서 마우스나 키보드 수요가 뚝 끊긴 것이다. 상장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만난 파도였다. 이에 오 대표는 ‘게이머들을 찾아 PC방이 아닌 집으로 직접 찾아가자’는 묘안을 냈다. 이미 2018년 쿠팡 등 이커머스에 앱코 제품을 입점시켜 놓긴 했지만 당시로서는 ‘큰손’이던 PC방에 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상태였다.

오 대표는 “당시 막 시작한 쿠팡의 로켓배송을 보고 ‘이거다’ 싶었다”면서 “소비자들이 로켓배송에 반드시 매료될 것으로 보고 상품 품질 제고, 마케팅 등 쿠팡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로켓배송 물량을 늘리기 위해 게이밍 장비 업계 최초로 경기 김포시에 총 2800평(약 9300㎡)에 달하는 대형 물류센터를 세웠다. “회사의 주요 고객인 2030 게이머들은 원하는 시간에 빨리 제품을 받고 싶어 하더라고요. 당시 쿠팡도 1위 사업자는 아니었지만 유일하게 가진 로켓배송이라는 무기로 매출이 분명 뛸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경쟁기업은 배송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우리 생각은 확고했습니다.”

고객 목소리는 즉각적으로 제품 개선이나 개발로 연결했다. 앱코 관계자는 “게이머들이 쓴 쿠팡 제품 리뷰는 전문가 수준의 논문 느낌이 들 정도로 디테일해 제품 개선에 적극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주거래처인 PC방이 잇따라 문을 닫았음에도 ‘홈 게이밍’ 바람이 불면서 오히려 PC 게이밍 장비 수요는 그칠 줄 몰랐다. 앱코의 게이밍 마우스 ‘ABKO A700’은 프로게이머들은 물론 유명 게임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온라인에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여기에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웹캠 수요마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성비를 갖춘 4만~5만 원대 앱코 웹캠은 쿠팡, 이베이 등 이커머스에서 대기업 제품에 버금가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오 대표는 “지난해 쿠팡 매출이 2019년 대비 3배 이상 뛰며 가장 어려웠던 시기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말한다. 지난해 매출도 81%나 늘면서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었다.

▲물류센터·R&D 투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 목표

상장의 꿈을 이룬 오 대표의 다음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이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앱코 제품을 쓰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 앱코는 상장 유치 자금을 제품 개발과 물류,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는 “비상장기업으로는 매출 1000억 원대 한계를 넘지 못해 대규모 투자가 어려웠다”면서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앱코는 내년 중 7000평(2만3140㎡) 규모의 물류센터를 추가 착공할 계획이다. 앱코는 해외에서 앱콘코어(ABKONCORE)라는 브랜드로 쿠팡에 이어 미국·영국 아마존에서도 판매를 개시했다. PC방에서 일군 키보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다른 게이밍기어(마우스, 헤드셋, 책상, 의자) 시장까지 제품군을 확대했고 최근에는 청소기, 마사지기 등 소형가전으로도 진출했다.

“앞으로도 게이밍 시장은 성장할 것이 분명합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으로 시장이 어려웠지만 이제 다시 뛰어야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쿠팡을 통해 ‘우리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경쟁력을 키워 앞으로 e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한국에서 온 마우스·키보드·헤드셋이라는 것을 해외 유저들에게 알리겠습니다.”

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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