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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7일(金)
전영우 “나무 없는 포석정·창덕궁 상상해보라…문화유산도 기후변화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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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우 문화재위원장이 8월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시대에 문화재위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선규 기자

■ M 인터뷰 - 전영우 문화재위원장

30년에 1도씩 오르는 지구
언제 ‘티핑포인트’ 올지 몰라
‘온난화 대응’이 내 최대 과제

문화재 11%가 천연기념물
나무·숲에 관심 가져야
자연유산법 만들어 관리 필요

올예산 중 문화재청 몫 0.2%뿐
국가의 문화적 품격 지키려면
자연유산원 설치해 인력 키워야


“지구온난화로 인해 우리의 많은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이 위험에 처할 상황인데도 그동안 경고 발령이 없거나 미약했습니다. 문화재위원들이 자연과학(산림생물학) 전공자인 저를 문화재위원장으로 뽑아준 데에는 정부와 우리 국민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라는 뜻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8월 2년 임기의 제30대 문화재위원장으로 선출된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대 책무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위원장은 “임기 중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자연유산법)’을 제정하고 국립자연유산원을 설치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국가지정(등록)문화재 지정(등록)이나 해제, 역사·문화 환경 보호, 매장문화재 발굴, 유네스코 유산 등 문화재 관련 주요 안건을 조사·심의하는 문화재청 자문기구다. 내년이면 설립 60년을 맞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역사학이나 고고학, 서지학 등이 아닌 자연과학 분야 전문가가 위원장을 맡은 것은 식물학 전문가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이인규 전 위원장(2011∼2013년)에 이어 전 위원장이 두 번째다. ‘소나무 박사’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진 전 위원장은 30여 년 동안 우리 소나무와 숲을 가꾸는 시민운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한편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전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8월 2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했고, 이후 전화 인터뷰로 보완했다.

―기후변화가 문화재 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요.

“날개와 다리가 있는 동물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죠. 기온이 1000년에 1도 정도 바뀐다면 식물도 조금씩 서식지를 바꿔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년에 1도씩 오르는 추세입니다. 가열하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아요.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 한순간에 폭발하는) ‘티핑 포인트’가 어느 순간 찾아오고, 그 영향력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1000년을 살아온 수목은 90세 먹은 노인과 같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멀쩡하다가도 한순간 건강이 악화되면 걷잡을 수 없는 순간이 와요.”

전 위원장은 천연기념물 같은 자연유산뿐 아니라 명승과 사적 등 복합유산, 건축물을 비롯한 유형문화재가 주를 이루는 문화유산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무 없는 경주 포석정, 숲이 없는 창덕궁 후원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생각할 수도 없는 끔찍한 일이죠.”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천연기념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1%가 넘고, 여기에 사적·명승 등 복합유산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26%가 넘는다.

―자연유산법이 만들어지면 도움이 될까요.

“예전에 한 청와대 인사가 문화재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날아다니는 새가 무슨 문화재냐’고 따진 적이 있습니다. 국가유산을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재화(財貨)’로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문화재(文化財)’라는 표현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씁니다. 일제 식민지의 유습이 이어지는 거죠. 이렇다 보니 사람들이 ‘세한도’나 ‘인왕제색도’는 알아도 우리 나무와 숲에는 관심이 없어요. 세계에서 제일 큰 은행나무가 경기 양평 용문사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굵은 은행나무는 강원 원주 반계리에 있죠. 수목이나 동물, 명승 가운데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을 텐데, 우리는 이에 대한 지표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연유산법을 제정하고 자연유산원을 만들자고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의 시각과는 다른 눈으로 우리의 소중한 유산을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  2005년 9월 대관령 소나무 숲 탐방에 나선 전영우 문화재위원장. 전영우 문화재위원장 제공

―얼마 전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것도 도움이 될까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뒤 방문객과 그로 인한 파생 효과가 가히 폭발적인 수준입니다. 우리 유산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면 나라의 격이 올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유산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외국에서는 문화와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복합유산으로서 우리의 명승과 사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화재위원회 운영에서 그동안 9개 분과의 독립성이 중시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복합유산이 주목받는 상황은 새로운 도전일 수 있다. 분과의 장벽을 넘어 활발하게 소통하고 협업해야 한다. 전 위원장 취임 후인 8월 24일, 30대 위원장단이 김현모 문화재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분과위원장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한 것은 이 때문이다. 첫 분과위원장단 회의는 오는 30일 열린다. 전 위원장은 “개별 분과위원회의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고충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등의 보호와 관리도 결국 돈 문제와 연결될 텐데요.

“우리 정부의 올해 예산이 558조 원 정도 되는데, 그중 문화재청 예산은 1조1400억 원입니다. 전체의 0.2% 수준이죠. 경제 규모 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국가의 품격, 특히 문화적 품격은 경제력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닙니다. 전문 인력도 너무 부족해요. 천연기념물만 해도 너무 적은 인원이 담당합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도 천연기념물 관련 인력이 있어 협업하고 있는데, 이들은 보통 2∼3년마다 바뀝니다. 자연유산법을 만들고 자연유산원을 설치하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로 문화재 행정 60년을 맞았고, 문화재위원회도 내년이면 60년이 됩니다. ‘보존’이라는 가치와 ‘사유재산 보호’ ‘개인의 자유’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화재위원회 소관 분야만 해도 예전 개발 독재시대와는 일 처리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절대로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요. (문화재 행정으로 인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호소하는 국민이 있으면 최대한 그분들 의견을 듣고 문화재위원들이 현장 조사도 벌입니다. 한번은 자연보호구역 안에 있는 최전방 일반전초(GOP)로 통하는 도로를 내는 게 논란이 된 적 있습니다. 천연기념물분과위원들이 계단 3600개를 올라가 현장을 봤습니다. 보급품을 나를 도로 하나 없이 케이블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병사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구조하기도 어려워 보였습니다. 분과위원들이 ‘국가가 있어야 문화재든 천연기념물이든 존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아 결국 군사도로를 내는 걸 허가했습니다. 사유재산 침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재산권을 침해당하는 국민의 마음을 역지사지해 융통성을 발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교에만 머무르지 않고 나무와 숲 가꾸기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왔는데요. 계기가 있었습니까.

“아버지가 나무와 숲을 워낙 좋아하셨습니다. 제가 5형제 중 가운데인데, 나무에 물 주고 가꾸는 심부름을 도맡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인왕제색도’를 보고 감동을 느끼듯, 그런 그림이 그려진 숲과 자연환경도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보다 많은 사람이 자연유산을 비롯한 우리 유산을 더 많이 향유하고 아끼는 데 동참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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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경남 마산 출생

- 고려대 임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산림생물학 박사

-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현 명예교수),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

- ‘숲과 문화 연구회’ 회장, ‘숲 해설가 협회’ 공동대표, (사)생명의숲 이사장, ‘솔바람 모임’ 대표

- 홍조근정훈장(2004), 은관문화훈장(2019) 수훈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소나무’(2004), ‘한국의 명품 소나무’(2005) 등 다수의 저서 집필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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