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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17일(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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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 ‘만들다’나 ‘짓다’나 무엇인가 새로운 사물을 이뤄내는 것을 뜻하는데 전자가 더 넓은 뜻으로 쓰인다. ‘짓다’는 ‘집, 약, 농사, 무리’ 등 조금 특별한 것을 만들 때 쓴다. 그중 하나가 밥인데 밥을 지으려면 ‘한소끔’과 ‘뜸’을 알아야 한다. 한소끔은 한 번 끓어오르는 모양을 뜻하는데 ‘소끔’이 사전에 없지만 끓는 것과 관련이 있으리란 것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밥을 지을 때의 뜸 또한 끓는 것과 관련이 있겠지만 그 기원을 헤아리기가 좀 어렵다. ‘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곱 가지 뜻이 있는데 밥 지을 때의 뜸과 한방에서의 뜸을 제외하면 요즘에는 잘 안 쓰이는 단어들이다. ‘뜸’은 ‘뜨다’에서 왔을 것 같은데 ‘뜨다’는 뜻이 자그마치 열세 가지나 된다. 그중 음식과 관련된 것은 메주에 쓰이는 ‘뜨다’ 정도인데 이는 발효와 관계있는 것이니 밥의 뜸과는 거리가 있다.

결국 뜸은 본래 뜸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으니 우리의 고유한 밥 짓는 방식과 관련 짓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밥을 찌지도 않고 삶지도 않는다. 가마솥에 물을 딱 알맞게 잡고 정확히 한소끔을 끓이고 적당히 뜸을 들인다. 이래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차진 밥이 된다. 그저 끓이기만 해서는 이런 겉모습과 맛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뜸을 잘 들인 덕분에 이런 결과를 얻는다.

동작이 뜨면 답답하고 사람이 멀어져 사이가 뜨면 안타깝다. 그래도 입이 뜨면 말수가 적으니 답답하더라도 믿음직스럽다. 밥 지을 때의 뜸은 밥맛을 보장하지만 일을 할 때의 뜸은 지켜보는 이의 밥맛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뜸을 들이는 것은 인내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신중함이지만 조급증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갑갑함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뜸을 잘 들이는 편이 낫겠다. 급하게 서둘면 설익은 밥을 먹게 되지만 때가 되기까지 묵묵히 기다리면 차진 밥과 고소한 누룽지가 생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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