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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남자의 클래식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3일(木)
본업은 화학자, 부업은 작곡가… 결혼 20주년엔 아내에 ‘실내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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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알렉산드르 보로딘

의대 졸업후에도 작곡에 매진
‘러시아 5인조’ 일원으로 활동
‘교향곡 2번’은 리스트도 극찬
아내 간병에 많은 작품 못남겨


‘선데이 크리스천’이란 말이 있다. 신앙심이 부족하거나 게을러 일주일 중 일요일에나 겨우 한 번,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꼬집어 부르는 말이다. 그럼 혹시 ‘선데이 뮤지션’이라고 들어 보셨는가? 음악사에는 자칭 타칭 ‘선데이 뮤지션’이라 불리는 이가 있다. 이 사람의 본 직업은 화학자이자 교수, 내과 의사였다. 이 사람의 이름을 딴, ‘보로딘 반응’이라는 학술 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연구로 바쁜 나날을 보냈던 과학자였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늘 병상에 누워 있던 탓에 여가의 대부분을 간병으로 보냈다고 한다. 시간을 쥐어짜내 작곡을 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작곡은 더뎠고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대에 발 한번 들여 본 적 없는 이 남자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겼고 러시아의 ‘국민주의 음악’을 이끌어 나갔다.

알렉산드르 보로딘(1833∼1887)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지아의 공작(公爵)인 아버지와 유럽계 어머니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당시의 관습으론 사생아는 호적에 올리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기에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자신의 농노였던 포르피리 보로딘의 양아들로 입적시켜, 자신의 성이 아닌 농노의 성(姓) ‘보로딘’을 따르게 했다.

비록 보로딘은 평민 신분이었지만 친부의 아낌없는 경제적 후원으로 4층의 대저택에서 귀족 못지않은 교육을 받으며 유복하게 자랐다. 그는 9살부터 피아노뿐만 아니라 첼로,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와 이론 수업을 받았고 13살에는 플루트 협주곡을 작곡해 내는 음악적 재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음악은 그저 취미였을 뿐 보로딘은 과학자를 꿈꾸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의대에서 의학과 화학을 전공한 후 29살이 되던 1862년,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 화학과 교수에 임용된다.

하지만 그는 매일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놓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해, 보로딘은 ‘마그차야 쿠치카(힘찬 무리)’라는 집단을 이끌던 밀리 발라키레프를 찾아간다. 발라키레프는 지휘자이자 작곡가로 당시 서유럽풍의 음악이 지배하던 음악계에 대항해 러시아의 민족적 색채가 담긴 음악, 민족주의 음악운동을 이끌던 인물이었다. 이로써 발라키레프와 보로딘을 비롯해 세자르 큐이,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그 유명한 ‘러시아 5인조’가 탄생됐다.

보로딘은 36세가 되던 해 발라키레프의 지휘로 ‘교향곡 제1번’을 초연하며 마침내 작곡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그리고 곧장 교향곡 제2번 작곡에 착수해 1877년에는 ‘교향곡 제2번’을 초연하게 된다. 이는 전작보다 더 큰 흥행과 성공을 거뒀고 ‘피아노의 신’ 프란츠 리스트에게 격찬을 받으며 서유럽에까지 이름을 알리게 된다.

보로딘은 실내악에 각별한 애착을 가졌고 그 자신이 첼리스트였기에 첼로의 선율에 빛나는 주옥같은 두 개의 현악 4중주 작품을 남겼다. 특히 보로딘의 ‘현악 4중주 2번’은 걸작 중의 걸작으로, 결혼 20주년을 기념해 보로딘이 그의 아내를 위해 작곡하고 헌정한 작품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현악4중주 2번 라장조


1882년 1월 2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음악협회 4중주단에 의해 초연됐다. 차이콥스키의 현악4중주 1번 ‘안단테 칸타빌레’와 함께 러시아가 자랑하는 최고의 실내악 작품이다. 러시아의 민족적 색채가 강한 작품으로 특히 3악장의 녹턴이 유명하다. 아름다운 첼로 선율은 마치 보로딘이 그의 아내와 나눴던 사랑의 이야기들을 그려내는 듯 로맨틱한 정취로 가득하다.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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