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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3일(木)
적자 못버틴 韓電…‘연료비 연동’ 무시하다 ‘상한선’까지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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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4人가구 月 1050원 인상

자회사 포함 올 4조원 적자 전망
유연탄·LNG 등 대폭 올랐는데
재보선·코로나 등 이유로 동결
인플레 우려 속에 물가관리 비상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23일 약 8년 만에 전기요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료비 부담과 이에 따른 한전의 대규모 적자 및 전력 생태계 부실화, ‘원가연계형 요금제’(연료비 연동제) 유명무실화에 대한 비판이 고려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간 인위적으로 인상을 억제했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상한선까지 올리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날 공개된 ‘2021년 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에 따르면, 4분기부터 적용될 전기요금은 ㎾h당 3분기 대비 3원 인상된다. 월평균 350㎾h 정도를 사용하는 4인 가족은 10월부터 매월 최대 1050원(350×3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정부와 한전이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현시점에서 여론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원료비 인상 압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전날까지도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연료비 상승, 물가에 미치는 영향, 한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기 생산의 주요 원료인 유연탄, LNG, 벙커C유의 6∼8월 가격은 ㎏당 355.42원이다. 2019년 12월∼2020년 11월 평균 가격(289.07원) 대비 대폭 올랐다. 정부는 서울시장 선거 등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난 3월 2분기 요금을 동결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코로나19, 물가 상승률 등을 이유로 인상 유보를 이어갔다. 그런데 한전이 이미 2분기에만 7600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증권사들이 올해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예고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가 올해 4조 원 상당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전의 실적 악화는 전력 생태계 전반에 퍼져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부터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억지로 요금을 낮춰 부담을 전가하는 ‘전기료 폭탄돌리기’는 멈췄지만 이번 전기료 인상이 도시가스 등 기타 공공요금과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연료비 연동제로 소비자 물가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 전망의 신뢰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연동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며 “2021년 하반기 이후 연료비 조정요금은 향후 유가·환율 등의 변화에 따라 확정되나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 감안 시 인하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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