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인건비 가로채 주식 투자·회식한 교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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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 서울대 서문과 6명 약식기소

성추행 의혹 해임된 교수 포함
사기 혐의로 벌금 1000만원
학과 행사비로 쓰고 와인 구매도

‘서울대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수년간 서울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의 장학금과 인건비를 유용해 유흥비로 쓰고 심지어 주식 투자까지 한 사실이 적발돼 검찰이 벌금형으로 기소했다. 이들 중엔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수도 포함돼 교수 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이만흠)는 A 교수 등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전·현직 교수 6명을 사기 혐의로 벌금 각 10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약식기소는 검사가 징역·금고형보다 벌금형이 적절하다고 판단할 때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서면 심리로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검찰의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 교수 등은 2014년 10월∼2018년 10월 학과 사무실에서 강의조교 업무를 실제로 하지 않은 대학원생들을 강의조교로 허위 추천해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지급되는 대학원생 연구지원금 56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또 2015년 2월부터 약 3년간 학과 대학원생들이 계절학기 강의 지원을 하는 것처럼 꾸며 서울대 교무처로부터 약 1636만 원을 받아 학과사무실에서 관리하는 조교 개인 명의의 ‘일괄 관리금 계좌’로 돌려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이 같은 돈은 학과 행사비는 물론, 교수들의 술자리나 와인 구매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서울대 자체 감사 결과, 일부 교수는 개인 증권 계좌에 3200만 원을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소된 교수 중에는 2019년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해임돼 현재 재판을 받는 B 전 교수도 포함돼 있었다. 다만 지난 2014년부터 1년여간 ‘BK21 사업’ 관련 대학원생 30명에게 지급된 연구장학금 4900여만 원을 학과 계좌로 돌려받은 혐의는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이들 교수가 BK21 사업을 전담하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돈을 법상 보조금이 아닌 출연금으로 봐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서울대 상근감사실은 지난해 2월 해당 교수들이 2014년부터 대학원생 인건비 약 8700만 원을 회수했다는 내용을 포함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