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기업, 官의 하부구조화…외부지원 없어도 지속가능한 사업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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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1-09-24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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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륵된 사회적경제 기업 - 전문가 진단·제언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택하며 사회적경제의 성공적 정착을 도모했으나 정부나 관(官) 주도의 지원 정책에 기반한 사업 추진이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자립성을 오히려 약화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각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본질적인 사회적가치 발굴에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4일 경제 분야 전문가들은 국가가 사회적경제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돈 풀기식 지원에 치중하면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사실상 정부 지원금만 받는 업계를 만드는 데 그쳤다는 점 등을 바탕으로, 그간의 사회적경제 정책에 부정적 평가를 제시했다. 한양대 LINC+사업단의 박성수 교수는 “현 정부 들어 민관협치라는 기조 아래 사회적경제가 관의 하부구조화되면서 행정 일부로 편입됐다”며 “사회적경제의 핵심은 시민사회 기반의 자발성이지만 국가 개입으로 자생성이 떨어지고 건강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사회적기업은 공익이 목적이 아니라면 존재할 가치가 없다”며 “정부의 인센티브가 강하게 들어가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경제 영역에 뛰어들게 되면서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치경제 전문가 홍기빈 박사 또한 “사회적경제는 시민들 스스로 삶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기 위해 아래와 연대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부와 공공부문 자원으로 사회적경제가 육성되는 형태는 주객이 전도되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경제가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보조에 의존한다면 위장된 공공부문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홍 박사는 지적했다.

정부와 사회적경제 주체들 간의 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독자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 사업을 따내는 일에만 몰두하면 사회적경제는 관에 종속되기 시작한다. 조상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사회적경제협동과정 교수는 “현재 정부 지원은 여전히 인건비 등 생산조건에만 치중해 있다”며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량 강화나 네트워킹 강화, 생태계 구축에 들이는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금성 지원에서 벗어나 사회적경제 시스템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공공이 가져가야 할 부분과 사회적경제 방식을 통해 민간 서비스가 맡아야 할 역할을 구분함으로써 자생성을 확보하고 맞춤형 평가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가가치를 생산해 판매하고 현금화한 수익을 구성원들에게 분배할 수 있어야 자립이 가능하다”며 “외부의 지원 없이도 굴러갈 수 있도록 사회의 필요를 찾아내 충족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분산된 정부 거버넌스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회적경제 조직의 다양한 유형 중 사회적기업은 고용노동부, 협동조합은 기획재정부, 마을기업은 행정안전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부로 지원 전달체계가 쪼개져 있는 탓에 부처 및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예산 타 먹기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내용은 비슷한 사회적경제 조직이어도 부처마다 관할이 나뉘어 있으면 지원금 ‘쇼핑’이 일어나게 된다”며 “지역사회로 묶여야 할 조직들이 복지부, 다음에는 고용부, 다음에는 행안부 순서로 부처를 돌아다니며 지원금을 받으려 달려드는 폐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사회적경제 본연의 역할인 사회적가치 창출이다. 홍 박사는 “사회적경제의 본래 목적은 영업이익이나 일자리 창출이 아닌 사회적가치의 창출”이라며 “시민에게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조달하기 위해 뭉치고, 더 이상 그 자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면 해체하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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