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 아닌 민간 주도로 자생력 갖출 때 사회적가치 창출 생태계 구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간 주도 운영과 지역 사회에 기반한 사회적가치 창출 등으로 해외에서는 사회적기업 성공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브라우니를 굽는 미국의 그레이스턴 베이커리(왼쪽부터 시계방향)를 비롯해 발달장애인 택배원을 고용하는 캐나다의 굿풋딜리버리, 지역 사회에서 보육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 일본의 애즈마마,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프랑스의 SOS그룹 등이 해외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로 꼽힌다. 각사 홈페이지 캡처

■ 계륵된 사회적경제 기업 - ③ 해외 성공사례 <시리즈 끝>

加 사회적기업 ‘굿풋 딜리버리’
발달장애인들 위한 일자리 창출
개인기부 등으로 초기자금 마련

日 자녀돌봄 플랫폼 ‘애즈마마’
지역여성들 높은 퇴직률서 착안
지자체·기업 300곳 서비스 연계

사회적가치 창출을 비롯해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과 서비스 제공이란 취지를 담은 사회적경제 모델은 국내에서 생태계 구축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일부 성공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성공사례를 분석하면, 정부나 공공부문의 과도한 지원보다는 민간에서 금융지원, 기반제도 구축, 활동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 성공의 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24일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들과 코트라의 ‘해외 사회적경제기업 성공사례’ 자료 등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는 미국, 캐나다 등 서구 선진국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의 관련 법 제정을 통한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의 금융지원과 각 사회적기업의 실효성 있는 제품·서비스 발굴 등으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정책은 2009년 마련된 ‘미국 봉사법’에 근간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레데프 재단’ 같은 민간 자선 기업, ‘RSF사회금융’ 같은 비영리 대출기관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자본과 기술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 사회적기업들은 인디고고나 킥스타터 같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레이스턴 베이커리’ 같은 사회적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1982년 설립된 이곳은 ‘빵을 굽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굽는다’는 미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 ‘루비콘 베이커리’와 같은 운영 취지를 지니고 있다. 그레이스턴 베이커리는 ‘열린 채용’을 통해 2019년까지 총 35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이 과정에서 6500만 달러(약 760억) 이상의 임금이 지급됐다.

캐나다에서도 제도·금융 분야에서 민·관의 다양한 지원으로 사회적기업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설립된 굿풋(Good Foot)딜리버리는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택배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9년 1만7000여 건의 배송을 진행하면서 사업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업은 창업자가 발달 장애를 앓는 자신의 동생을 보고 동생과 같은 발달 장애인들의 안정적 직업 마련을 위해 창업하게 된 곳이다. 특히 굿풋딜리버리는 개인 투자금과 지역 모금으로 초기 사업 자금을 마련해 자리를 잡은 후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 사례다. 배송 서비스 수익과 외부재단·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되던 굿풋딜리버리는 취업 프로그램 확대 시행을 위해 지난해부터 향후 3년간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됐다.

굿풋딜리버리는 비록 발달 장애인들의 배송 서비스지만, 일반 배송과 같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한다. 이 업체는 당일 배송부터 주문 후 3시간 이내의 익스프레스 배송까지 소화한다. ‘제시간에 제대로 된 배송’이라는 배달 서비스의 보편적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장애인들의 잠재적 재능이라는 차별적인 사회적가치를 더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다.

2009년 일본의 사회적기업 애즈마마(AsMama)는 각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잘 파악해 성공한 사회적기업 사례로 볼 수 있다. 설립 당시 일본 사회는 첫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본 직장 여성들의 퇴직률이 약 60%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애즈마마는 지역 사회에서 잘 알고 지내는 주민·지인끼리 서로 자녀를 맡기고 돌봐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사람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애즈마마는 300곳의 지방자치단체 및 기업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성공 환경에 대해 “자생적인 성장과 발전 생태계를 육성하고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는 관(官)이 아니라 민간이 일으켜 세워주는 것이 큰 취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경제 주체들의 자립에 관해서도 “민간 주도, 사회적가치가 있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 지역에 기반한 사회적기업 모델” 등 3가지 정책 방향을 강조하며 “일반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활성화도 사회적경제에 임팩트(사회적가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