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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4일(金)
“고소득일수록 많은 사망 보상금… 목숨값은 공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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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VE VITALE
■ 문화일보·예스24 - 국민서평프로젝트 ‘읽고쓰는 기쁨’

- 4차 공모 도서 ‘생명 가격표’ 저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아이 생명가치는 마이너스값?
흑인이 백인 살해땐 사형선고?

사법부 판결·생명 보험료 등
性·인종·연령 따라 가격 매겨
人命이 ‘현금 인출기’로 전락

동등한 생명 가치 부여하려면
임금격차 불평등부터 해소를


“억만장자 1명의 죽음이 평범한 사람 100명의 죽음보다 가치 있는가.”

미국 보건경제학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사진)은 ‘생명 가격표’(민음사)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 문화일보와 예스24가 공동 기획한 ‘국민 서평 프로젝트-읽고 쓰는 기쁨’의 4차 서평 도서인 책은 사람에게 생명 값이 매겨지는 사례들을 통해 ‘인명(人命)’이 ‘현금 인출기’로 격하된 현실을 비판한다. 사법부 판결, 보상금 지급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존엄하고 평등하다”는 문장이 세계인권선언문 속에나 존재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유엔 주요 사업의 ‘데이터 모델러’로 인명의 가치 측정을 연구해온 프리드먼을 서면으로 만났다.

“생명 가격표는 현대 사회의 ‘공정성’을 가늠하는 지표입니다. 젠더·인종·문화적 편견으로 가득한 가격표는 결코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습니다.” 프리드먼은 생명 값의 불공정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이 사법제도라고 했다. “모든 법정은 ‘평등한 보호 원칙’에 따라 판결할 의무가 있으나 현실의 사법부는 희생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망 사고를 다루는 미국 민사소송에서 고소득자의 유가족은 저소득자 유가족보다 더 많은 보상금을 받습니다. ‘희생자의 기대 소득’이 손해배상금 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아이의 생명가치는 ‘마이너스 값’으로 책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제공하는 금전 지원이 장차 자녀가 성장해 가정에 기여할 경제적 가치를 초과한다는 것이죠.”

책은 영미권 사례 중심이지만, ‘음주운전자 차량에 치여 사망한 의대생에 대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전문직 소득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경제적 능력에 의해 생명 값이 좌우되는 현실이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생명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 판결도 마찬가지다. 프리드먼은 “미국 전역에서 사형 선고율이 제일 높은 경우는 흑인 피의자가 백인을 살해했을 때”라며 “오하이오주에선 가해자가 흑인 남성이고 피해자가 백인 여성인 살인 사건의 15%가 사형 선고를 받은 반면 가해자가 백인 여성이고 피해자가 흑인 남성인 살인 사건에 사형 선고가 내려진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생명 값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다양한 계층을 둘러싼 ‘차이’를 줄이는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性)·인종·연령에 따른 차별은 물론 노동력에 대한 부당한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생명 가치를 적절히 보호할 길이 열린다”는 얘기다. 그는 “임금 격차와 같은 불평등은 소득을 ‘투입 변수’로 사용하는 생명가치 평가에서 더욱 심각해진다”며 “생명의 가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이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 편익 분석’으로 생명에 가격을 매기는 기업들에 대해선 시민들의 꾸준한 ‘감시’가 필수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자동차 회사 포드는 출시를 앞둔 새 차량에 결함을 발견했음에도 ‘리콜’을 하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다”며 “당장 리콜하는 것보다 일단 넘어간 뒤 나중에 소송이 제기되면 보상금과 과징금 등을 내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예측하는 1인당 피해 금액, 즉 생명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결함을 무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고작 몇 푼을 아끼느라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의 ‘변덕’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견제해야 합니다.”

프리드먼은 국민 서평 프로젝트에 참여할 독자들에게 “케네스 파인버그의 ‘보상금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생명의 가치는 얼마인가’, 프랭크 애커먼과 리사 하인절링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등을 함께 읽으면 이해의 폭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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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서평 프로젝트 - 읽고 쓰는 기쁨’ 4차 서평 공모 대상 도서는 ‘생명 가격표’, ‘우리는 실내형 인간’(마티), ‘지구 끝의 온실’(자이언트북스),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바다출판사)이다. 1600∼2000자 분량으로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QR코드가 안내하는 예스24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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