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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4일(金)
굶주리고 평생 일만 하던 어머니… 빈자리서 더 많은 사랑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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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습니다 - 이두이(1931∼1998)

어머니는 밭에서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시다가 깜깜해서야 집으로 오셔서 칼국수를 만든다. 멀건 국물에 국수 가락은 몇 줄밖에 없고 늘 나물 천지다. 자식들은 몇 가락 안 되는 국수만 건져 먹고 수저를 놓는다. 어머니는 나물이 맛있다며 자식들이 남긴 배추 시래기를 건져가고, 두어 줄 남은 국수 가락을 건네주며 더 먹으라고 달랜다.

땡볕이 기승을 부리면 어머니는 콩밭을 매러 갈 때 나를 데리고 가신다. 나란히 고랑을 타고 지심(김)을 맬 때면 언제나 게으른 아버지 이야기를 하신다. 고달픈 세상살이를 토해낼 말동무가 필요하셨던가 보다. 아버지는 낮에 무슨 볼일이 그렇게 많은지 자전거를 타고 나가시면 해가 넘어가야 집으로 오신다. 막걸리 몇 잔에 취하셨는지 어머니의 잔소리는 마다하고 혀 꼬부라진 소리로 하시는 힘든 세상살이에 대한 원망을 자식들은 졸린 눈을 껌뻑이며 듣고 있다.

산성면 소재지 오일장이 서면 어머니는 겉보리 쌀 한 말을 머리에 이고 십 리가 넘는 당고개를 넘어 제사장을 보러 가신다. 비싼 생선은 엄두도 못 내고 곤피(다시마)만 몇 개 들어 있다. 굽이굽이 고갯길을 걷다가 허기가 몰려오면 어머니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송기를 씹는다. 송기는 떫지만 고로쇠 같은 단맛으로 갈증을 달래준다.

신발이 다 닳으면 헐거운 검정고무신을 사 오신다. 내 발에는 너무 큰 고무신을 고무줄로 꽁꽁 묶어주며 “두 해는 더 신어야제, 요새는 발이 와 이리 빨리 크노” 하시며 가난으로 덧칠된 검정고무신이 닳는 시간과 배 속 허기가 흐르는 열 살배기 발이 크는 시간을 딱 맞추신 어머니!

초여름 학교를 파하고 집에 오니 어머니는 곱게 빗은 머리를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고 계셨다. 낯선 아줌마가 가지런히 모은 머리카락을 한 줌 모아서 보자기에 넣고는 어머니께 돈을 주신다. 흘낏 나를 쳐다본 어머니는 “여름철에는 머리숱이 많으면 땀이 너무 나서” 알 듯 모를 듯 혼잣말을 하신다. 아마도 머리카락 판 돈으로 할아버지 밥상에 올릴 쌀을 사 오셨을 것이다.

요즈음 어머니의 사진을 가끔 들여다본다. 사진 속의 젊은 어머니는 언제나 웃고 계신다. 어릴 적 햇볕에 그을린 어머니의 새카만 얼굴이 싫을 때도 있었고,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가 부끄러운 때도 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속을 무던히 태웠다. 떠난 빈자리에서 어머니가 더 많은 지혜와 사랑을 주셨다는 것을 사진 속 어머니의 미소를 통해 배운다. 오래전, 어머니는 봄에는 꽃피고 새들이 지저귀며 고라니, 멧돼지들이 함께 노니는 곳으로 이사하셨다. 새집에서는 아버지와 함께 아웅다웅 살아가고 계시겠지. 오늘 밤은 어머니와 술 한잔 나누고 싶다.

둘째 아들 금교혁 달성문화도시추진단 추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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