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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4일(金)
‘3無 교육’과 기초학력 미달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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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前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서울대 명예교수

공교육 무너지고 사교육 급증
소득격차 겹쳐 수학 능력 차이

外高 등 일반고 전환 정책 잘못
자사고 늘려 다양성 확대해야

개정 사학법은 자율성 해쳐
기초학력 미달자 양산 가능성


최근 중·고등학교 교육의 질 저하와 학력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국가 장래를 위해 매우 염려되는 심각한 일이다. 교육부가 지난 6월 2일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보면, 중 3과 고 2 전체의 3%를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019년 대비 2020년에 크게 증가했다. 기초학력 미달이란 교육과정 목표 도달도가 20% 미만으로, 정상적인 학습활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낙오생 수준이다. 교육부는 이를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기초학력 미달자 증가 이유가 코로나19 때문만인가? 그렇지 않다. 중 3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2016년 국어·수학·영어에서 각각 2.0%, 4.9%, 4.0%이던 것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시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4.4%, 11.1%, 5.3%로 높아졌다. 2020년에는 각각 6.4%, 13.4%, 7.1%로 급증한 것이다. 고 2의 경우도 유사하다. 수학에서의 기초학력 미달자를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라고 하는데, 수포자가 중 3에서 13.4%나 된다는 건 매우 심각한 일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원격수업이 보편화하고, 교육 장비와 환경 등의 차이로 기초학력 미달자가 발생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공교육 붕괴와 사교육 급증, 소득 격차로 인한 사교육 수혜 차이 등이 학생들 간에 지적 능력의 차이를 만든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의 1인당 사교육비는 매년 늘어 2008년에 월평균 23만3000원에서 2019년에 32만2000원으로 계속 늘다가 2020년에 코로나19로 주춤해 28만9000원이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계층에 따라서 학생 1인당 사교육 참여율과 지출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월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사교육 참여율 39.5%, 월평균 사교육비가 9만9000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8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사교육 참여율 80.1%, 월평균 사교육비가 50만4000원이다. 즉, 이 두 소득계층 간에는 사교육 참여율 2배, 사교육비 5배의 차이가 나며, 이로 인해 교육 격차가 심해지는 것이다. 이런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제일 좋은 방안은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 시장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문 정부의 무(無)경쟁·무서열화·무시험을 장려하는 평준화·획일화 교육 정책이 기초학력 미달자를 되레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정책에 의해 혁신학교 설립,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 사립학교법 개정 등이 단행됐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교육 주체의 자율성과 스스로의 노력을 약화시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기초학력 미달자를 양산하며 전반적인 학력 격차를 키웠다. 혁신학교는 2009년 진보 성향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시작한 학교로, ‘전인교육’을 표방하며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에서 벗어나 토론·체험식 수업을 강조하고 무시험·무경쟁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전체 초·중·고의 약 18%가 혁신학교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력평가를 게을리해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7년부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조사가 전수조사에서 표본조사로 바뀌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 통계가 없다. 그러나 전수조사를 한 2016년 자료를 보면, 기초학력 미달 평가를 받은 혁신고교 학생 비율은 11.9%로, 전체 고교 학생 비율인 4.5%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교로 전환해 교육의 평준화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학교가 학교 간의 서열화를 만들었고, 불평등을 유발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 21세기에 이들 학교를 폐지해 교육제도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축소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이들 학교에는 사교육을 받는 학생도 적고, 기초학력 미달자가 거의 없다. 이들 학교를 줄이면 마침내 기초학력 미달자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차라리 사립학교들에 더 많은 자사고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도 사립학교들의 자율적 운영을 저해하는 법률이다. 이 법은 2022년부터 사립학교가 신규 교사를 뽑을 때 1차 필기시험을 시·도교육청에 반드시 위탁하고, 교직원 징계권도 교육청이 관할하며, 학교운영위원회의 법적 성격을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왕에 사립학교가 갖고 있던 교과서 선정, 예산 편성 등의 자율권과 특수성 등을 없애는 대신, 정부가 획일적으로 사립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사립학교가 스스로 설립 취지에 맞게 질 좋은 교육을 하려는 노력을 못 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기초학력 미달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은 교육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는 평준화·획일화 교육정책을 수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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