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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4일(金)
코로나가 부른 뜻밖의 ‘과잉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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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영국 웨일스 북서부 스노도니아 국립공원의 스노든 산(1085m)을 오르는 등산객 인파를 찍은 사진을 신문에 싣고 “영국 산 꼭대기에 ‘슈퍼마켓 대기열’이 생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사진 속 등산객들은 슈퍼마켓 계산대에서처럼 등산로에 길게 줄을 늘어서 있더군요.

이게 다 코로나19 때문입니다. 감염병으로 발이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산악트레킹 인구가 증가했고 스노든 산을 찾는 등산객도 크게 늘었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스노도니아 국립공원 방문객은 70만 명 남짓으로, 2018년의 50만 명보다 40%가 늘었답니다.

관광객이 늘어난 곳이 또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지난 8월부터 여행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그전까지 하와이는 꿋꿋하게 관광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결과, 지난 5월 한 달 마우이 섬을 찾은 방문객은 21만5148명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5월 1054명과 비교하면 20배가 넘게 늘어난 숫자입니다.

그러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스노든 산은 쓰레기 투기와 환경훼손이 논란이 됐고 마우이 섬은 물 부족이 악화했습니다. 관광객 쏠림현상으로 뜻밖에 ‘과잉관광’ 문제가 대두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가령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도의 거리 두기가 2단계로, 1단계로 조정된다면 제주도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면서 과잉관광이 논란이 될 것입니다.

과잉관광을 해결하려면 관광객 수를 통제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한 통제는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불길한 건 여행자들이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는 쪽으로 해결책을 찾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입니다. 스튜어트 내시 뉴질랜드 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부임 직후 “코로나19 이후 유치할 관광객은 수로에다 똥을 싸는 백패커밴(차박) 여행자가 아니라, 세계 1% 자산가”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고는 관광객 상대의 캠퍼밴 대여 금지를 공언했고, 고액자산가 대상의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여가 시간은 늘고, 국경은 느슨해지고, 항공기 요금이 싸지면서 누구든 여행할 수 있었던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낮아졌던 여행의 문턱은 코로나19 이후에 어디까지 높아질까요. 이것보다 진짜 더 궁금한 질문. ‘우리는 도대체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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