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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게재 일자 : 2021년 09월 28일(火)
선거여론조사의 모든 것… 대선 설문 517건 결과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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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10문10답

ARS 조사방식·표본 정확도 ‘한계’
단편적 수치 대신 전반적 추이 봐야

정확한 비율 표본 사실상 불가능
같은 기간·동일 항목도 결과 달라
객관식 선택지 구성 따라 차이도

글로벌리서치, 조사 왜곡 과태료
특정 정당·후보 강조해서 묻기도
처벌 부실… 과태료 내면 영업 계속
등록 기관 79개… 정밀 검증 못해

누적 결과 종합 산출한 메타분석
여론 실제값에 더 가까울 가능성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조사기관에 따라 후보의 순위와 득표율이 달라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일례로 지난 20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조사(16∼18일)에서 대선 후보 적합도는 이재명 경기지사 27.8%, 윤석열 전 검찰총장 18.8%로 조사됐다. 같은 날 발표된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17∼18일)는 윤 전 총장 28.8%, 이 지사 23.6%였다.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여론조사가 자칫 민심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활용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1. 여론조사 왜 조사 기관마다 다른가

여론조사 기관마다 지지율 수치와 격차가 다르게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조사 방식의 차이다. 조사 방식은 녹음된 질문을 주고 답을 얻는 자동응답조사(ARS)와 조사원이 직접 응답자를 인터뷰하는 전화면접조사로 나뉜다. 표본 추출도 임의로 전화를 거는 RDD와 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를 구매하는 이른바 안심번호 조사 등으로 갈린다. 여기에 주로 집에서 활동하는 주부와 고령층을 고려한 유·무선 전화 혼합 조사를 진행하는 기관이 있는가 하면, 사실상 전 국민에게 휴대전화가 보급된 현실을 반영해 100% 무선전화로 진행하는 기관이 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와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의 경우 둘 다 가상번호를 활용해 100% 무선전화를 사용했으나, 전자는 전화면접조사, 후자는 ARS 조사로 차이가 있다.


2. 늘어난 선거여론조사

20대 대선과 관련해 여심위에 등록된 선거여론조사는 27일 기준 517건(2018년 6월 18일∼2021년 9월 27일)으로 나타났다. 2017년 열렸던 19대 대선에서는 모두 594건 선거여론조사가 등록됐다. 20대 대선까지 5개월여 남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19대 대선보다 여론조사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언론사가 의뢰하거나 여론조사 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정기조사가 과거보다 늘었다. 매주, 격주, 매월 등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는 현재 8개가 넘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19대 대선은 탄핵 정국에서 열렸기 때문에 등록 기간이 2016년 4월 12일∼2017년 5월 3일로 20대 대선보다 다소 짧았다.


3. 전화면접조사와 ARS 조사

전화면접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ARS 조사보다 비교적 높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선택형 객관식과 서술형 주관식 응답이 모두 가능해 심층 분석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도층 여론을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반영할 수 있어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들고, 긴급한 성격의 여론조사엔 한계가 있다. ARS 조사는 응답자가 선호하는 대선주자 등 인물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번호를 눌러야 해서 소위 ‘정치 고관여층’의 응답률이 높다. 소수의 견해가 전체를 대변하는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사 진행 중 전화를 끊는 일이 자주 발생해 응답률 또한 낮은 편이다. 하지만 대통령 국정 운영이나 정당 지지율 등이 실제 투표로 이어지는 여론을 분석하기에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전화면접조사는 이 지사가, ARS 조사는 윤 전 총장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4. 질문 방식과 문항 구성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이 진행하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의 경우 크게 주어진 보기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객관식 문항과 응답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하도록 하는 주관식으로 구분된다. 대표적으로 리얼미터는 ‘귀하께서는 다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누구를 가장 선호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윤 전 총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유력 주자들을 무작위로 불러준다. 반면 한국갤럽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는 누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자유로운 응답을 얻는다. 객관식의 경우 선택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서도 결과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5. 여론조사의 구조적 한계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구조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여론조사는 전수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표본을 통해 여론을 추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성별, 나이, 지지정당과 이념·정치성향 등을 정확한 비율로 나눠 표본을 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같은 기간, 같은 기관이 동일 항목으로 조사해도 결과가 다른 이유다. 표본을 잘 구성하더라도 누가 응답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수신 후 조사 참여를 거절해서 발생하는 비표집오차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통화가 되지 않은 번호에 여러 번 다시 전화를 걸어 접촉률을 높이려고 하는 조사 기관이 늘고 있다. 부재중인 사람에게 다시 전화해 응답을 받아야 조사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6. 여심위 역할

선거여론조사는 여심위의 관리를 받는다. 여심위는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객관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선거여론조사 심의기구다. 여심위는 △선거여론조사 사전신고 처리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 △선거여론조사 사전신고 관련 보완요구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 △공표·보도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정당·후보자의 이의신청 심의 △선거여론조사 기준의 제·개정 및 공표 등 업무를 수행한다.

규정을 위반한 여론조사는 여심위의 제재를 받는다. 여심위는 문항이 잘못되거나 가중치를 잘못 부여하는 등 여론조사 수행 중 오류가 있을 때 공표·보도 불가 결정을 할 수 있고, 정도가 심하면 과태료 처분을 한다.


7. 문제 사례

여심위는 8월 27일 글로벌리서치에 과태료 3000만 원을 처분했다. 20대 대선 여론조사와 관련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으로, 과태료 액수는 최고 상한액이다. 글로벌리서치는 전화면접을 하면서 특정 정당과 후보를 강조해서 물어보거나, 지지 정당과 연령대를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면접원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답을 망설이는 응답자에게 ‘이재명’ ‘윤석열이 될 것 같죠?’ 등 유도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응답자가 30대라고 답했지만 다른 연령대로 기록한 사실도 나타났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대답하자 “더불어(민주당)요?”라고 물은 사례도 있었다. 여심위는 홈페이지 등록 여론조사 결과 모니터링 과정에서 글로벌리서치가 등록한 무작위전화 걸기(RDD) 결번율이 현저하게 낮은 점을 인지하고 원자료를 입체적으로 대조·분석한 결과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태료 처분을 받은 업체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은 제재의 한계로 지적된다. 여론조사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관리가 더 철저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김상훈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108명은 여론조사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정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해당 법안은 법안을 위반하는 여론조사에 대해 벌칙 및 과태료 처분 수준을 기존 공직선거법상 규율 수준보다 높게 규정토록 했다.


8. 여론조사 기관 얼마나 되나

27일 현재 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기관은 총 79개로 나타났다. 여심위 관계자는 “선거여론조사 기관이 처음 등록됐던 2017년 연말을 기준으로는 60개였다”며 “등록하는 회사가 있으면 문 닫는 회사가 있다 보니 그해 이후로 79개 정도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등록된 조사 기관은 각각 83개, 79개였다. 최근 1년간 위반행위가 적발돼 조치가 취해진 선거여론조사 기관은 글로벌리서치를 포함해 총 2곳이다.

선거여론조사가 증가하는 이유는 여론조사 업체들이 홍보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 회사 인지도가 높아지고, 이는 정부 등이 진행하는 공공 정책조사나 대기업 마케팅 조사에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 부처 등에서 실시하는 공공 정책조사는 연간 규모가 1000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9. 여론조사 결과,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전문가들은 결과를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보다는 추이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오차범위 내면 사실 지지율 숫자나 순위에 큰 의미가 없다. 조사 결과의 절대적인 수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한 기관이 발표하는 조사의 전반적인 추세를 살피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사 기관마다 고유한 편향(bias)이 있기 때문에 조사 기관이 내놓은 값 그 자체보다는 편향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가운데 나타나는 추이가 더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만 조사 기관 편향의 변화 폭이 클 경우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조사 기관의 결과를 시계열로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조사 방법과 질문 내용, 응답률 등이 다른 조사를 비교해 특정 주자의 지지율이 상승 또는 하락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 여론조사 편차 줄이기 위한 방안은

개별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하는 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조사방법론도 대두하고 있다. 누적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통계적으로 다시 산출하는 방식인 ‘메타분석’이 대표적이다. 특정 기관이 발표한 단편적인 수치 대신 총체적인 분석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이다. 미국에선 이미 메타분석을 통해 선거 결과를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연구자와 언론매체가 시도하고 있다.

한 교수는 “조사 기관의 편향을 보정해 평균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여론의 실제값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에서는 선거 직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다 보니 메타분석을 통해 추정한 여론 역시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

손우성·조재연·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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