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냉대 겪으면서도 ‘착착’ 집앞 배달… 오늘도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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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택배 아저씨

새벽에 현관문 앞에 방금 도착한 물건을 들여놓으며 생각합니다. 이 작은 상품이 그 먼 곳에서 문 앞까지 오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손발을 거쳤을까요. 특히, 명절 같은 때는 더욱더 많은 수고를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과 거리두기 강화로 배달문화가 더 깊이 우리의 삶에 들어와 있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배달원 취업자 수는 약 39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는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가 많은 사람을 배달원으로 내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일부 삐딱한 시선들로 인해 배달하시는 분들의 마음에 난 상처가 아물지 않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아파트 갑질 횡포’ 사건을 통해 정면으로 드러났습니다.

A 아파트의 경우엔 겨울에 패딩을 입은 배달원을 향해 패딩을 벗으라고도 했답니다. 이유인즉 패딩 안에 흉기를 소지해 입주민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하니 참 너무한 것 같습니다. B 빌딩에서는 배달원이 테러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헬멧을 벗으라며 쫓아오기도 했고 엘리베이터에 음식 냄새가 난다며 배달원들에게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하는 인권 침해를 하기도 했답니다. 또 안전사고를 예방한다며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부터 오토바이 출입을 막는 사례도 있었고, 일부 아파트는 신분증까지 요구하는 등 과도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곳이 전국적으로 100곳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윽고 갈등은 폭발해 배달원들이 단지 앞에 택배를 쌓아 놓고 가는 바람에 주민들이 직접 수레를 끌고 집으로 나르는 진풍경도 연출됐습니다. 배달원들은 택배 회사와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배달원이 택배 한 상자를 배송하고 받는 돈은 600원에서 1000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하루에 100상자를 날라야 6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를 받는다는 말인데, 이 때문에 배달원들은 더 많이, 더 빨리 배달해야 하는 고충을 겪을 것입니다.

지난해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3만4606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한 오토바이 배달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졌고, 급하게 달리던 배달원이 택시와 정면으로 충돌해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전해지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나 사건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느낍니다.

다행히 일부 아파트에서는 따뜻한 배려의 마음을 담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갈등을 촉발했던 한 아파트는 ‘배송기사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아파트 자체적으로 전동카트를 구입해 단지 입구에서 각 세대로 개별 배송하는 곳도 생겼답니다.

삶의 현장에서 밤낮없이 땀 흘리는 전국의 수많은 배달원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나의 가족이고, 나의 이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이웃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또 그들의 안전을 위해 조금만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 준다면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그들에게 삶의 큰 용기와 응원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로를 위해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전하는 따뜻한 소식이 들려오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곳곳에 물건과 상품을 배달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전규리 글로벌사이버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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