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확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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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빅테크로 불리는 플랫폼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과도한 확장에 대해 국내외 모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일상이 플랫폼에 많이 의존한다는 방증이며,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뉴노멀 시대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화 시대를 지나고 정보화 시대를 넘어서 바야흐로 초연결사회와 플랫폼 경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과 뉴노멀 시대에서 온라인 기반 사회 시스템과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터넷 인프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산업 기반을 갖춘 우리에게 재도약의 기회다.

디지털 뉴딜도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 관련 산업을 지원하고 혁신을 촉진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물론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과 더불어, 이런 흐름에 뒤처지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온라인 활동의 증가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및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보통신 서비스의 취약계층이 겪는 고충을 검토하고 디지털 격차가 더 확대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지난 산업화 시대에 겪었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디지털 소외와 격차의 문제는 예전처럼 통신 서비스 지원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플랫폼 가입, 콘텐츠 구매, 단말기와 주변장치 마련과 같은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한다.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장벽이 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디지털 소외와 격차가 커지고, 이는 경제활동 위축과 사회적 고립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된다. 디지털 대전환과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정보통신 서비스의 보편적 복지를 생각해 볼 때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불리는 정보통신 서비스 생태계에서, 현재 디지털 격차 해소의 의무를 짊어지는 부문은 네트워크로 한정된다.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기간통신 사업자에게 보편적 서비스와 함께 장애인·저소득층·고령층 등에 유무선 통신요금 감면 의무 등을 줌으로써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 기여한다. 그런데 온라인 초연결사회와 플랫폼 경제의 시대에는 취약계층의 네트워크 접근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정보통신 서비스 복지를 담보할 수 없다. 뉴노멀로의 전환과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국가적 위험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에 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부문에 한정된 정보통신 서비스 복지를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 분야로 확대해 C-P-N-D 생태계 전 분야에 걸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 상원은 빅테크 기업들이 ‘시민을 위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에 안정적으로 참여하는 기금 마련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영문 앞 글자를 모아 ‘인터넷 공정(FAIR) 기여법’으로 명명했다. 빅테크 플랫폼도 비용을 분담해 이용자 부담을 해소하고 인프라 개선에 기여하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우리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기간통신 사업자에게만 한정된 의무를 부가통신 사업자를 포함한 여러 사업자로 확대함으로써 생태계 참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디지털 격차 해소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