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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01일(金)
456억보다 값진 ‘만 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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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만 원의 행복’이라는 예능이 있었습니다. 1주일 동안 만 원을 값지게 쓰며 버텨보자는 취지인데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보며 불현듯 이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456억 원이라는 거액이 걸린 게임을 두고 갑자기 왜 ‘만 원’이냐고요? 이 작품에서 만 원이라는 돈이 가진 가치를 무겁게 느꼈기 때문이죠.

주인공 기훈(이정재 분)은 노모의 통장을 털어 경마장으로 달려가고, 여기서 번 돈 456만 원 중 1만 원을 계산원에게 “아메리카나 한 잔 사드세요”라며 팁으로 건넵니다. 이 직후 사채업자들에 붙잡혀 신체포기각서까지 쓴 기훈은 그들에게 “만 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구걸하다 급기야 계산원에게 돌아가 “만 원을 돌려달라”며 비굴한 표정을 짓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기훈에게 만 원쯤은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건네고 요구할 수 있는 푼돈인 셈이죠.

하지만 게임에서 우승 후 456억 원을 손에 쥔 기훈은 달라집니다. 그는 456억 원이 담긴 통장에서 딱 만 원만 인출하는데요. 통장에 거액의 현금을 방치해 두자 은행 지점장은 기훈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초라한 행색의 기훈은 여기서도 지점장에게 “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죠.

종국에 그의 손에 쥐어진 만 원은 대단한 힘을 발휘합니다. 계산원에게서 돌려받은 만 원으로 인형뽑기에 성공해 딸의 생일 선물을 마련하고 떡볶이까지 먹을 수 있었고, 지점장에게서 받은 돈으로 행상하는 할머니의 꽃을 사 줍니다. 이 꽃 덕분에 그는 죽은 줄 알았던 ‘깐부’와 재회한 후 진실과 마주하게 되죠. 456억 원을 가진 부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만 원의 가치와 무게를 깨닫게 되는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456억 원과 만 원. 천지 차이입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그 크기보단 ‘어떻게 쓰냐’에 방점을 찍죠. 일례로 상우(박해수 분)는 차비가 없다는 알리에게 만 원을 건네고, 이 호의는 알리가 상우를 절대적으로 믿는 계기가 됩니다. 결국 이 믿음을 이용한 상우로 인해 알리는 최후를 맞는데요. 만 원이 그의 목숨값이 된 셈입니다.

‘오징어 게임’ 1회, 기훈은 한 남성(공유 분)에게서 “딱지치기를 하자”는 제안을 받습니다. 이기면 한 판당 10만 원을 벌 수 있죠. 하지만 패했을 때 줄 돈이 없는 기훈에게 이 남성은 말합니다. “몸으로 때우시면 됩니다.” 돈과 몸은 치환될 수 있는 등가의 존재일까요? 10만 원과 뺨 한 대. 당신이라면 이 게임에 응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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