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오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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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오징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먹거리 오징어 얘기가 아니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반찬이나 안주로 인기가 좋은 오징어이지만 음식의 이름과 그 기원을 밝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오징어는 그리 반갑지 않은 존재다. 이름에 물고기를 뜻하는 ‘魚’가 들어 있으니 앞의 두 글자도 한자일 듯한데 딱 어울리는 한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방언을 뒤져봐도 오징어나 그의 사촌들이 대부분이고 한반도 동부의 먹통고기, 서부의 수루매, 제주의 멩마구리 등이 나타나 한자에 대한 힌트를 얻기 어렵다. 심지어 수루매는 일본어를 차용한 것이니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옛 문헌을 참고하면 의외로 답이 쉽게 나온다. 한자로는 ‘烏賊魚’로 쓰는데 이 때문에 오징어가 까마귀를 잡아먹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겼다는 엉터리 설명이 더해지기도 하였다. 오징어를 가리키는 한자 ‘ (오징어 즉)’ 대신 발음이 비슷한 ‘賊’을 붙인 것일 뿐이다.

오징어가 위험에 처하면 먹물을 뿜어대니 까마귀를 뜻하는 ‘烏’를 쓰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아무래도 ‘賊’이 어색했던 듯하다. 게다가 과거에 ‘魚’는 오늘날로 치면 ‘응어’ 비슷하게 발음이 됐다. 그래서인지 옛 문헌에는 ‘오증어’라는 표기도 나오는데 이것이 ‘오징어’가 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극 중 놀이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딱지치기, 구슬치기, 뽑기 등은 모두 근대 이후의 산물들이 있어야 가능한 놀이이니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오징어 게임 또한 어릴 적 ‘오징어 가이상’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불렀던 이들은 이런 주장에 동조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이 논쟁은 어딘가에서 부화해 여러 바다를 회유하는 오징어의 주인을 논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다. 바다의 오징어는 모두의 것이고 우리 앞바다에서 잡은 것이라면 우리의 것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