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평범한 돌에서 고향의 추억담이 들린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용래, 고향마을 뒷산, 42×41.31㎝, 혼합 재료, 2020

우리의 전통문화 가운데 차경(借景), 분경(盆景)이라는 개념이 있다.

전자는 바깥의 자연 풍광을 건축물 안으로 확장적으로 끌어오는 것이며, 후자는 실내에서 조그만 수반 같은 것에다 돌이나 식물로 어떤 자연의 모습을 미니어처처럼 재현하는 것이다. 차이는 있지만 이 모두가 자연을 곁에 두고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조각가 노용래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소박한 아취(雅趣)에서 출발한다. 전국의 산을 주유하다 발견된 평범한 돌들. 수석과 같은 절품(絶品)이 아닌 흔하디흔한 ‘발견된 혹은 입양된 오브제’이다. 갈고 닦는 화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작가가 개입해 상상력에 따라 구성하고 조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구성 과정을 통해 따뜻한 생기가 돌자, 가슴 깊이 묻어둔 아련한 추억 속의 풍경들이 된다. 고향의 정취와 향수가 담긴 정담이 시작된다. 그 돌들이 원래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기꺼이 원형 그대로 귀의시킬 수 있다. 그걸 위해 수고스럽게도 구성재(構成材)로 종이를 사역했던 것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