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긴축정책 시동… EU·日 완화정책 고수… 갈피 못잡는 중앙은행들

■ ‘경기침체 + 물가폭등’대응 부심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통화정책으로 대응에는 한계

FT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떤 것도 해선 안된다는 게
경제학 기초 중의 기초” 진단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악몽을 떨쳐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지만 이를 헤쳐나가려는 대응은 다양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특히 FT는 이 같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제각각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이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7일 FT에 따르면 많은 신흥경제국과 노르웨이는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들은 긴축적 통화정책의 시동을 걸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현행 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메건 그린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지금의 상황이 모든 중앙은행에 “최악의 악몽”이라고 표현했다.

통상 중앙은행은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를 높여 대출비용을 인상한다. 기업과 가계가 투자하고 지출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최근과 같이 공급망이 붕괴하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거나 노동력이 부족하면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충격에 대처하기에 통화정책은 부적합하다고 FT는 지적했다.

다발 조시 BCA리서치 최고전략가는 “공급충격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로 오른 지금과 같은 공급충격이 직접적으로 유발한 인플레이션을 상쇄하려면 중앙은행들은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라고 FT는 진단했다.

실제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으로 반도체 공급이 늘지 않는다”며 “(풍력을 위한) 바람을 일으키지도 대형화물차량(HGV) 운전자를 늘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북해에서 잦아든 바람으로 인해 풍력발전이 부족해져 전기요금은 급등하고 트럭운전자 부족으로 물류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FT는 “코로나19가 유발한 이례적 글로벌 경제충격, 주요 경제국의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속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서로 다른 해법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세계의 통화정책은 우여곡절(twists and turns)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를 지낸 진 보이빈 블랙록 투자전략가는 “수요가 밀어 올린 인플레이션 현상이 아니다”라며 “이번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일반적 인플레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