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한국인”… 공화당서 의외의 칭찬받은 한국계 女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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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피플

루시 고 놓고 “성실하다”는 말에
중국계 주디 추 의원 “인종차별”

한국계 여성 최초로 미국 연방고법 판사에 지명된 루시 고(53·한국명 고혜란·사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판사를 향해 7선의 백인 남성 상원의원이 “한국인으로서 열심히 일하는 직업윤리(hard work ethic)를 갖고 있다”고 언급해 인종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6일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의 찰스 E 그래슬리(88) 상원의원은 이날 법사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신의 출신에 관한 언급은 내 며느리가 45년 동안 해왔던 말을 상기시킨다. 바로 ‘내가 한국인들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근면한 직업 정신이며, 그것이야말로 무(無)에서 많은 것을 창조해낼 수 있게 만든 힘’이라는 것”이라면서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한국계를 통칭)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고 말했다. 그래슬리 의원의 며느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 판사는 이에 “고맙다”고 짧게 반응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어머니가 열 살 때쯤이었던 1946년 삼촌들과 함께 탈북한 사실을 공유하며 어머니를 “영웅”으로 칭했고, 미시시피주에서 보낸 유년 시절 인종차별을 당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의회에선 즉각 그래슬리 의원의 발언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원 내 아시아·태평양계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 의장인 중국계 주디 추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선의였다 해도, 한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공동체 전체와 연결짓는 것은 곧 편견의 정의”라면서 “한 집단의 모든 구성원을 동일시하는 것은 학대와 같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그래슬리 의원 측은 “누군가를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칭찬하기 위한 말이었으며, 한국계 며느리를 둔 사람으로서 고 판사의 이민사에 공감을 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계를 비롯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유독 ‘근면·성실’하며, ‘야망이 있고’ ‘헌신적’이라는 관점은 이들이 같은 소수자인 흑인이나 히스패닉, 원주민들보다 미국 사회에서 전문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모범적 소수자(model minority)’ 개념과 연결된다. 이 시각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겪는 진정한 도전들을 지워버리고,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데 남용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