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1만건 접수… “주민만큼 현장에 대해 아는 전문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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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365일 야간군수실’ 운영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공휴일 등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
민원수첩만 해도 83권에 달해

“부족한 것은 주민에 물어보고
피드백으로 보완 과정 등 거쳐
‘과외선생님’으로 제가 배우죠”

부산=김기현 기자

“그 지역 현안과 현장에 대해 주민만 한 전문가가 어디 있습니까. 스승과 ‘과외선생님’으로 행정에 대해 제가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죠.”

오규석(사진) 부산 기장군수가 2010년 7월 8일부터 11년 동안 운영해 오고 있는 ‘365 야간군수실’의 민원 접수 건수가 최근 1만 건(방문자 2만3600여 명)을 돌파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 군수는 평일은 근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1~2시간 야간군수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영해 ‘민원을 잠재우지 않는 군수실’로 불린다.

생업 때문에 일과시간에 군청 방문이 어려워 민원이 있어도 직접 건의할 수 없는 주민들을 위해 야간과 주말에도 군수실 문을 열어둔 것이다. 오 군수와 담당 부서 과장 또는 실무자가 함께 주민을 만나 민원을 듣고, 추후 현장확인 등을 통해 민원예방 대책, 예산편성, 정책결정 등에 반영한다. 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해결해 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서 만난 군민의 목소리를 담은 민원수첩만 해도 83권에 달한다.

각종 에피소드도 많다. “몇 년 전 밤에 태풍과 집중호우가 예상되자 한 주민이 ‘집이 다 떠내려가게 생겼다’며 군수실을 찾아왔어요. 긴급하게 굴착기 등을 동원해 집 주변의 배수로를 확보하고, 응급조치를 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찾아와 학교 교육프로그램 지원을 요청해 도와준 적도 있고요. 여러 가지 정책제안도 많아 제가 엄청나게 배우고 있습니다.”

오 군수는 ‘행정은 주민들에게 배우고 물어보는 학문(學問)’이라는 지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주민과의 소통공간을 만들어 부족한 것은 물어보고 다시 피드백으로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서 세부 실무행정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일 오전 5시 10분부터는 현장도 직접 찾아다녀 지난 6일에는 장안천 산책로 주변에 설치한 운동기구를 점검해 주민들의 몸에 맞게 보완하기도 했다. 야간군수실은 2010년 행정안전부로부터 민원개선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지방자치단체 생산성 대상’에서도 2012·2013년 연속 우수사례로 평가됐다.

오 군수는 “야간군수실은 법과 제도라는 높은 문턱에 꺾이고, 경제적으로 힘든 주민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오는 곳인 만큼 주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를 경청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 출신인 그는 정당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만 연속 3선 군수로 재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