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그놈의 賞이 뭔지… 즐기지 못하고 쫓기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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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인상’ 임권택 감독
“좋은 영화 있으면 호황 맞을것”

부산=안진용 기자

“즐기지는 못했지만, 영화가 좋아서 좇고 살았습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거장인 임권택(사진) 감독이 자신의 60년 영화 인생을 돌아보며 이 같은 소감을 전했다.

지난 6회 개막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한 임 감독은 7일 오후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102편을 찍었는데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나에게 ‘죽으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영화가 좋아서 그것을 좇고 살았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연출작인 ‘씨받이’(1987)의 주인공인 강수연이 아시아 배우 처음으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고, ‘취화선’(2002)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는 등 각종 ‘최초’ 기록을 세웠다. 임 감독은 “해외 영화제 수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다 보니 즐기지 못하고 쫓기는 기분이었다. 수상하지 못하면 열패감과 빚진 기분이 들었다”며 “그런 것 없이 영화 인생을 훨훨 살았으면 내 작품도 상상의 활기를 띠었을 것인데 ‘그놈의 상’이 뭔지…”라고 웃어 보였다.

임 감독은 103번째 작품 구상을 묻자 “어떤 계획도 없다. 평생 영화 찍기를 직업으로 삼고 세월을 살다가 근자에 와서 쉬고 있다. 이제 저는 아무리 친해지고 싶고 간절해도 영화로부터 스스로 멀어져야 할, 영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할 나이가 됐다”고 담담히 말했다.

충무로의 도약과 부흥을 지켜본 임 감독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극장에 관객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참 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극장에 가고 싶은데 못 간다. 심심해지면 영화관이 제일 시간 보내기 좋고, 위안받기 좋다. 쭉 그래 왔다”면서 “좋은 영화만 있으면 다시 호황을 맞게 될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