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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살며 생각하며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08일(金)
이 길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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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 스님, 화계사 교무국장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
편한 길도 있고 험한 길도 만나

고난은 당장 힘들고 괴롭지만
단단한 내공 생기고 성장시켜

누구나 고민과 문제 안고 살아
묵묵히 걷다 보면 안개도 걷혀


모든 사람은 행복하기를 원한다. 모든 존재는 불행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서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걷다 보면 편한 길도 있고 험한 길도 나온다. 때로는 숨이 턱턱 막히면서 금방 쓰러질 것 같은 고비를 맞기도 한다. 인생의 길은 종잡을 수가 없다. 결코 내 마음대로 편한 길만 걸을 수가 없다.

작은 공장을 운영하던 어느 부부가 있었다. 부지런한 부부는 주변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으며 점점 사업을 확장했다. 일이 술술 풀리며 이대로만 가면 남부럽지 않은 큰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참 재밌고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외환위기가 터졌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장을 지켜내려고 노력했으나, 거대한 파도같이 연쇄적으로 터지는 부도의 늪에서 버티기는 너무도 힘겨웠다.

그토록 아끼고 공들였던 공장을 눈물을 흘리며 문을 닫았다. 피땀으로 쌓아 올린 탑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살고 있던 큰집을 비우고 급한 짐들만 챙겨 단칸방으로 몸을 옮겼다. 짐을 풀고는 멍하니 앉아 현실을 직시하니 참으로 황망하고 허무했다. 그냥 죽고만 싶었다.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며칠을 슬픔에 갇혀 눈물만 흘리다 보니 머릿속은 모든 걸 포기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만 맴돌았다. 두 손 두 발을 다 내려놓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생의 미련조차 놓고 싶던 때, 어린 딸이 살며시 다가와 엄마의 손을 붙잡았다. 딸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엄마가 이러면 어떡해. 엄마가 이러고 있으면 우린 누굴 믿고 살아. 우린 어떡해.”

그제야 엄마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슬픔과 한탄에 빠져 세상을 버리기엔 아직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부부는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살아야 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나야 한다. 다시 시작하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일을 시작했다. 일단은 손에 닥치는 대로 일을 나갔다. 천성이 성실했던 남편은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일했다. 아내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너무 힘들고 지쳤지만, 이를 악물었다. 괴로울 때마다 아이들을 생각했다. ‘내가 쓰러지면 내 아이들은 누굴 의지할까. 일어나자.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제법 세월이 흘렀다. 아이들은 모두 건강하게 성장했고, 형편도 많이 나아졌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작은 공장을 꾸리게 되었다. 이제야 조금 한숨 돌리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지난 일을 회상해 본다. 정말이지, 당시 모든 걸 다 포기하고만 싶었던 그때 딸이 다가와 매달리며 하던 한마디. “엄마! 이러고 있으면 우린 어떡해.” 잘 자라준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찾아온 평온한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부부는 마주 보고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와줬구나. 고맙다! 당신도 아이들도 그리고 나 자신도.’

사람은 고난 속에서 성장한다. 고난은 힘겨운 운동과 같다.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그 과정에서 단단한 근육이 만들어진다.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은 뼈가 되고 살이 되어 나를 지탱해준다. 고난으로 성숙한 단단한 삶의 연륜은 인생의 내공이 되어 큰 힘을 발휘한다. 삶이란 끊임없는 고난의 연속이다. 이 세상 누구도 아무런 역경 없이 모든 일이 저절로 쉽게 풀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 저마다의 고민과 문제를 안고 있다. 주어진 역경과 고난을 어떻게 감내하고 어떻게 이겨낼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유대교 랍비의 가르침에 이런 설화가 있다.

전쟁에서 항상 승리하던 다윗 왕은 세공사를 불러 반지를 만들라고 했다. “나를 위해서 반지를 만들어다오. 그 반지에다가 기쁨과 영광을 누릴 때면 교만하지 않게 하고, 고난과 절망에 빠졌을 때는 용기와 위로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다오.” 세공사는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글귀를 반지에 새겨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찾지 못한 세공사는 솔로몬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솔로몬은 이야기를 다 듣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솔로몬의 대답을 반지에 새기고 다윗 왕에게 바쳤다. 반지를 받은 왕은 글귀를 보고 크게 만족하며 항상 그 반지를 끼고 다녔다.

당장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란 안갯길을 삶의 고비마다 산을 오르듯 한 걸음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평탄한 길도 있고 험악한 길도 있고,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다. 도저히 알 길 없는 인생이란 여행을 기쁘든 괴롭든 다만 걸을 뿐이다. 산을 오르는 여정에 어떤 길을 만나든 묵묵히 옮기는 걸음마다 마음속 깊이 되새겨 본다.

‘이 길 또한 결국 지나가리라.’

렌터 윌슨 스미스의 시구를 낭송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그대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그대 눈에서 앗아갈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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