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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유병권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13일(水)
대선 앞두고 아른대는 ‘정치안보’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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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文, 柳 탓에 총선 결과 아쉬워해
‘정치경제’ 강조…표심 파악 탁월
전직 대통령 퇴임 후 안위 걱정

임기 末 남북관계 개선 속도전
北核 있는 한 한반도 평화 없어
대선에 안보 이용하는 것 안 돼


“유시민 씨만 아니었어도….” 지난해 4·15 총선 개표 결과 방송을 시청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크게 아쉬워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63석을 얻고,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을 확보했는데도 여권 자체 개헌이 가능한 200석에 모자란 180석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인사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자체 분석을 통해 일반 예상과 달리 민주당과 시민당이 200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총선 닷새 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비례의석을 합쳐서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천기’를 누설하는 입방정을 떨었다. “오만의 극치”라는 거센 비판이 일었고, ‘정권 견제론’이 확산했다. 민주당은 최대 승부처이자 문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경남(PK)에서 34석 중 과반을 기대했으나 견제론에 막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그는 “유 이사장의 발언 여파를 바로 간파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총선을 앞두고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전 국민 지급’안과 ‘50% 선별 지급’안이 대치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50% 선별 지급 입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신신당부하고 싶다. ‘경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를 할 때”라고 말했다. 지급 시기에 대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실효성이 있다면 국민이 동의한다. 포퓰리즘이 아니다”라고 총선 전 지급을 강조했다. 강민석 전 청와대 대변인은 ‘승부사 문재인’이란 책의 가편집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소개했다. 하지만 정식 발간된 책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이 대목이 빠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표가 되는지 안 되는지만 따지는 정치경제”라고 비판했다.

다수결이 원칙인 민주주의에서 표는 권력이다. 상대보다 표가 많으면 권력을 차지하고, 적으면 권력을 잃고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인사들이 임기 말에 접어든 대통령들의 공통 고민으로 꼽은 한 가지가 있다. 정권 유지가 됐든, 정권 교체가 됐든 퇴임 이후 본인과 가족들의 안위 문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서로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자고 신사협정을 맺었다는 얘기도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 울산시장선거 개입 등에 연루 의혹이 제기된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종전선언 제안 등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9월 한 달 동안 북한이 극초음속 등 ‘첨단 미사일 4종’을 잇달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했지만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조차 북한을 비판하거나 경고하지 않았다. 외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한 양보를 하지 않을 경우 북한 미사일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북한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자,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남북 정상회담론까지 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해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정부 설명은 언어도단이다. 핵이 무기이듯이 북한이 수시로 쏘아대는 미사일, 방사포도 무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남매의 비위를 맞추며 북한이 핵 질주를 한다는 국제사회의 경고를 들은 체 만 체한 사이 북핵은 고도화·소형화됐고, 핵을 실어나르는 미사일과 잠수함 등 투발 수단은 첨단화·다양화했다. 북한은 이젠 핵 문제는 빼놓고 대화하자는 식이다.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북한에 핵이 있는 한 평화는 없다.

집권 5년 동안 이렇다 할 국정 성과가 없는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을 레거시로 만들기 위해 종전선언에 매달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2차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싱가포르회담으로 정치적 득을 본 문 대통령이 ‘정치안보’를 시작했다는 말도 돈다. 첫 번째도 안 되고, 두 번째는 더더욱 안 된다. 대선에서 정치안보 망령이 아른대선 안 된다.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문 대통령의 실패 목록을 늘릴 뿐 아니라 후과가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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