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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14일(木)
李 “대장동 = 국민의힘 게이트”는 선동…나쁜 프레임戰으로 ‘진실 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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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의원들이 지난 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장동 = 국민의힘’ 주장을 담은 피켓을 내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이준석(오른쪽 세 번째)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가 14일 경기도당사 앞에서 ‘이재명 판교 대장동 게이트 비리 국민제보센터’ 현판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현우의 Deep Read - 선거 프레임과 진실

윤석열도 ‘王자 논란’ 후 교회行이 외려 ‘미신’프레임 강화… 유력후보 ‘사법리스크’가 정치 불안정 확산
정직·도덕성 기초한 ‘진실 프레임’ 경쟁할 때 정당 정체성에 근거한 투표와 진영논리 극복 가능


선거가 정치발전에 기여하려면 올바른 프레임 경쟁에 따른 선거가 돼야 한다. 원래 선거와 관련한 프레임 전략은 여론조작이나 선전선동과 같이 유권자를 기만하려는 시도와는 다르다. 프레임은 ‘기반프레임’과 ‘이슈프레임’으로 구분된다. 기반프레임은 정직과 도덕성에 기초하며, 이슈프레임은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을 더 중시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와 후보 캠프들은 기반프레임이 아니라 이슈프레임, 나아가 기만·선전선동에 기초한 슬로건 생산과 상대방 흠집 내기에만 주력하는 형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나쁜 프레임 경쟁이 만들어가는 선거다. 이런 프레임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국민과 유권자가 알아야 할 ‘진실’이 몰각된다는 점이다.

◇프레임의 중요성

선거에서 프레임의 중요성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학자는 조지 레이코프다. 연구의 출발은 미국 진보세력이 왜 선거에서 실패하는지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의 결론은 보수세력이 제기한 프레임에서 진보세력이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레이코프는 토론 때 상대가 제시한 프레임 안에서 상대의 언어를 사용해 논박이 벌어지면 외려 그 프레임이 활성화돼 불리한 처지가 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예를 들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 압박에 놓인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TV에서 “나는 결코 사기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 순간 대중은 ‘닉슨 = 사기꾼’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레이코프의 결론은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상대의 언어를 벗어나 자신만의 프레임과 언어를 개발하고 정직과 도덕성에 기초해 중도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진보진영이 제시한 프레임이 설득력을 가진 사례가 있다. 군사권위주의 시절 사회 갈등을 ‘민주 대 반민주’라는 용어로 설정한 일이다. 이는 진보는 물론 보수에서조차 거부감 없이 사용하는 한국 사회 갈등 프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 프레임에 따라 사회는 민주화 세력과 반민주화 세력으로 설정되고, 양자의 대립은 선(善)과 악(惡)의 대립으로 규정됐다. 또 이 프레임 속에서 ‘보수세력 = 반민주세력’이 되며 정치발전을 가로막은 존재로 규정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민주 대 반민주’ 프레임은 민주화라는 가치만을 기준으로 구분한 편향적인 프레임이다. 균형적인 프레임이라면 각 진영에서 중시하는 가치를 사용했어야 했다. 즉 ‘민주 대 반민주’가 아니라 ‘민주화 대 경제개발’이라는 용어를 대비시켰어야 했다. 이를 통해 권위주의 시절 사회 변화의 지향점이 다른 집단 사이에 갈등이 존재했음을 포함하는 게 옳다.

◇진실 없는 프레임 전략

최근 들어 기반프레임은 실종되고, 이슈프레임을 넘어 기만과 선전선동에 의한 나쁜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이런 경향은 국민을 촛불과 적폐로 갈라치기하고 임기 내내 ‘적폐몰이’만 했던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집권세력에 의해 더욱 강화됐다.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과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프레임 설정을 시도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개발이익을 완전히 환원하겠다”며 ‘부동산 대개혁’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이는 자신을 수세로 몰아가는 ‘대장동 의혹’ 프레임을 자신에게 유리한 ‘부동산 개혁’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시도로 보인다. 이 후보가 야당의 ‘대장동 게이트’ 공세에 ‘국민의힘 게이트’로 되치기한 것도 고도의 프레임 전환에 속한다. “부패 기득권과 최후 대첩”을 강조한 것도 문 정권의 ‘보수 = 적폐’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이 후보의 이런 프레임 전환과 생산은 얼핏 “자신의 프레임과 언어로 상대를 반격하라”는 레이코프의 제안을 따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졌다. 프레임 안에 진실이 없는 것이다. 이 후보의 이런 프레임 전략은 정직과 도덕성에 기초하지 않고, 선거승리만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진실이 설 자리는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프레임 전략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손바닥 ‘왕(王)자’로 촉발된 무속 의존 논란 속에서 후보 자질을 의심받자 즉각 성경책을 들고 교회를 찾아 이미지 쇄신을 노렸지만, 이는 ‘미신 의혹’ 프레임만 더 강화시켰다. 윤 후보는 자신이 미신이 아니라 고등종교를 믿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유권자는 그의 행보가 미신 시비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미신 프레임이 더욱 활성화됐다. 윤 후보는 ‘처가 리스크’에서도 대통령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진실, 그리고 본질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한 프레임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프레임과 정치발전

작금의 대선 판세는 ‘불만족’과 ‘불안정’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가장 유력한 여야 후보가 ‘사법 리스크’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선거 막바지까지 각 후보 캠프에서 상대 후보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물고 늘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선거 기간 내내 유권자는 상대 후보를 범죄자 취급하는 주장을 지겹도록 듣게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범법 여부가 퇴임 후 수사가 재개될 때까지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을 주저하게 된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불만족이 팽배해지고, 이는 정치적 불안정을 생산한다. 정치라는 공적 영역 안의 유권자와 시장이라는 사적 영역 안의 소비자는 선택의 주체라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의미와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소비자는 개인적 판단에 따라 물건을 고르고 그에 따른 만족 여부도 개인적 문제다. 반면 유권자는 공적 시민으로서 국가라는 공동체의 집단의사를 결정하는 데 참여한다. 유권자 본인의 결정이 다른 구성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사적 선택과 다른 공적 선택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의사결정에 도달하기까지 지속적으로 타인과 의견교환 및 숙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유권자를 소비자로만 간주하는 관점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건 유권자에 대한 폄하이며, 권력 위임을 결정하는 선거의 공적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다. 선거가 기만과 선동에 기초한 ‘진실 없는’ 프레임 경쟁이 아니라, 정직과 도덕성에 토대한 프레임 경쟁이 될 때 중도 유권자들이 정당 정체성에 근거한 투표를 할 수 있고, 무조건 자기 편들기라는 진영 논리도 극복할 수 있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장


■ 세줄 요약

프레임의 중요성 : 조지 레이코프는 상대의 언어를 벗어나 자신의 언어를 개발하고 정직과 도덕성에 기초한 프레임 전략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선거에서 이긴다고 강조. 프레임은 ‘기반프레임’과 ‘이슈프레임’으로 구분됨.

‘진실 없는’ 프레임戰 : 최근 기만과 선동에 의한 나쁜 프레임戰이 한창. 이재명의 “대장동 = 국민의힘 게이트” 주장은 비리 의혹서 벗어나려는 프레임 전환이지만 진실을 몰각. 윤석열도 어설픈 처신으로 ‘미신’ 프레임 강화.

프레임과 정치발전 : 여야 유력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정치적 불만족과 불안정을 생산할 것. 정직과 도덕성에 기초한 진실한 프레임 경쟁이 될 때 중도 유권자의 정당 정체성에 근거한 투표와 진영 논리 극복 가능.


■ 용어 설명

‘기반프레임’은 사실·정직성·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치를 기초로 구성되는 인식 틀, ‘이슈프레임’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간결한 인식 틀이라 할 수 있음.

‘프레임(Frame)’이란 한마디로 ‘인식의 틀’임. 듣고 말하고 생각할 때 머릿속에는 늘 프레임이 작동. 조지 레이코프는 프레임을 ‘특정한 언어와 연결돼 연상되는 사고의 체계’라고 정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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