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10.17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한국인의 마음 - 우리를 이해하는 7개의 질문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14일(木)
방송인 홍석천이 말하는 ‘콤플렉스와 공존하는 법’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  “아침에는 더 반짝이는 것 같지 않나요?”라고 농담을 건네는 홍석천에게 민머리는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라 트레이드마크다. 김호웅 기자

■ 한국인의 마음 - 우리를 이해하는 7개의 질문 - ④

“콤플렉스는 ‘내 맘의 기생충’… 남과 비교하며 보여주는 삶 좇다보니 불행”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계속 비교하면서 박탈감 느껴
콤플렉스는 스스로 만드는 것

다름 인정하고 커밍아웃하니
이해·존중하며 응원해주더라


콤플렉스(complex).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인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이다. 통상적으로 콤플렉스의 저변에는 ‘남들보다 못하다’ 혹은 ‘나만 다르다’는 열등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느끼는 지점은 저마다 다르고, 발현되는 형태나 대처 방식 또한 일관성을 찾기 어렵다. 뻔한 조언이 아니라 ‘맞춤형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콤플렉스를 가졌을 것으로 꼽히는 인물, 하지만 이 콤플렉스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인물을 찾아갔다. 주인공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소수자인 방송인 겸 배우 홍석천(51)이다. 지난 2000년 커밍아웃 이후 유일하게 그를 품어줬다는 서울 이태원에 터를 잡은 홍석천을, 최근 남산타워가 내다보이는 경리단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가장 먼저 이 질문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평소 콤플렉스를 자주 느끼나?

“음… 어렸을 때는 굉장한 ‘콤플렉스 덩어리’였다. (웃으며) 일단 헤어스타일부터 그렇지 않나. 어린 시절에 머리를 밀어서, 외모적으로도 ‘남들과 다르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다르다’가 아니라 ‘좀 이상하다’고 보는 듯했다. 게다가 원래 내 직업이 배우이지 않나? 이런 외모와 목소리에 대한 편견 때문에 다양한 역할을 맡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다들 콤플렉스 하나쯤 갖고 있는데, 없는 척하고 살고 있지 않나?”

그가 커밍아웃한 시점은 2000년. 하지만 홍석천은 그 이전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말투와 외모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곤 했다. 그런 그가 커밍아웃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나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알려 힐끔 보는 시선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자’는 취지였다. 결국 콤플렉스라는 한국인의 아픈 마음은, 내 마음속에서 자생적으로 돋아나기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길러진다는 것을 일찍 체득한 셈이다.

“스스로 ‘남들과 다를 뿐’이라고 생각하고 콤플렉스로 여기진 않으려 했다. 하지만 주변의 부정적인 반응을 접하며 ‘좀 부끄러운 건가?’라는 생각을 강요받게 됐다. 그러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생각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해 보기로 결심했다. 남들과 다른 제 모습을 장점으로 받아들이려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는 자세였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는 콤플렉스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게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나?

“도움이 됐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이렇게 뻔뻔하게 대중 앞에 나서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한 게, 나 스스로 콤플렉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니, 주변의 시선도 달라지더라. ‘어? 저 당당함과 자신감, 어디서 오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인정해주는 분들이 늘었다. 그러면서 나를 더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체득한 것 같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는데 누가 날 아껴줄까?”

▲  일러스트 = 이정호 작가

―남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하는 지점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했을 것 같다. ‘선글라스’가 도움이 됐다고?

“머리를 민 다음에,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커밍아웃하고 일이 없어졌을 때도 일부러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에 가고 지하철을 타고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물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다녔다. 그때까지만 해도 차마 눈을 마주칠 용기는 없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시간이었다.”

홍석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게이다. 스스로를 ‘톱(TOP) 게이’라 칭한다. 그러자 주변에서도 그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홍석천과 이태원을 거닐면 그는 인사하기 바쁘다. 그중 태반은 처음 보는 사람이다. 그만큼 사람들이 그를 편하게 생각해 말을 건넨다. SNS를 통해 고민 상담도 받는 그에게 사람들은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늘어놓는다.

―상담해 보면 어떤가. ‘대한민국 사람들은 콤플렉스가 많다’고 느끼나?

“어마어마하다. 그게 다 ‘비교’ 때문에 생긴 거다. 나 자신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계속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낀다. 예전보다 더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다. 거기에서 오는 우울함이 크다. ‘어떻게 하면 이런 콤플렉스를 극복하냐’는 질문이 많다. 누구도 콤플렉스를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만들어놓은 콤플렉스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나.

“7∼8년 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분이 연락해온 적이 있다. 가정환경, 학력, 외모 등 모든 것이 콤플렉스라고 했다. 많은 대화를 나눈 후 ‘한번 나가보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런데 다시 연락이 왔다. 막상 나왔더니 ‘너무 두렵다’는 것이다. 세상이 7∼8년 전과 달라져 자신감이 더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예전의 자신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보라’고 얘기해줬다. 주저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그러면 더 바로잡기 어려워지는 법이다.”

―SNS 홍수의 시대다.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콤플렉스에 빠지진 않나?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여성이 ‘너무 불행하다’고 조언을 청했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고 했는데, 막상 그분의 SNS를 보니 정말 예쁘고, 주변 환경도 대단히 좋았다. 그런데 그렇게 보이도록 SNS를 관리하는 것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고 불행해 하더라. SNS는 나만의 공간인데,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하고 올리고 싶은 사진도 못 올리고 계속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다 보니 불행할 수밖에 없더라.”



―이 인터뷰를 보고 누군가가 ‘상대적 박탈감, 열등이 크다’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뭐라고 답해 줄 것인가?

“대부분은 나보다 많이 가진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유명인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참 행복하게 살다 갔구나’라는 생각이 드나? 유명해지고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보람되고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남들과 비교하는 삶에서 벗어나, ‘내 나름의 삶을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 하나면 꽤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커밍아웃한 지 20년이 지났다. 왜 2호, 3호는 나오지 않을까?

“(웃으며) 지겨워 죽겠다, 나밖에 없어서. 내가 이렇게 너무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닐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에게 ‘왜 (커밍아웃을) 안 하십니까?’라고 묻거나 강요해선 안 된다. 먼저,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고백을 받아주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은 그 정도로 분위기가 성숙한 것 같지 않다.”

―성소수자라는 것도 콤플렉스인가?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측면이 있다. 대다수가 콤플렉스를 숨기려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감추고 싶은데 누군가가 먼저 ‘너 콤플렉스 있어?’라고 물으면 화를 내지 않나. 드러낼 준비를 마치고 직접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내 경우에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공표하는 게 이를 극복하는 굉장히 좋은 방법인 것 같더라.”

―콤플렉스는 오히려 드러내야 극복된다는 것인가?

▲  ‘한국인의 마음’은 문화일보 문화부 유튜브에서 동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맞다. ‘나는 이런 콤플렉스가 있어요’라고 주변에 고백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치료법이다. ‘아! 저 친구는 저런 콤플렉스가 있었지’라고 이해하고 존중하며 바라보는 것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쟤는 왜 저러지?’라고 의문을 품는 것과는 굉장한 차이가 있다. 그래서 평소 나를 아껴주고 자주 만나는 가족,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 같다. 어찌 보면 콤플렉스는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내 안의 기생충’ 같은 존재다. 대한민국이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지금처럼 나라가 발전했듯이 내가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발전도 이룰 수 있고 응원해주는 이들도 생기는 것 같다.”


■ 홍석천의 리스트

“치유받고 싶을땐… 소수자 얘기 그린 애니 ‘루카’ 보세요”


“네가 날 성에서 나오게 해줬잖아.”

방송인 겸 배우 홍석천은 디즈니 영화 ‘루카’ 속 이 대사를,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꼽았다. ‘루카’는 차별과 편견을 딛고 인간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해가는 바다 괴물의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바닷속에 사는 루카와 알베르토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그들을 ‘바다 괴물’이라 부른다. 루카의 시선에서는 인간이 ‘육지 괴물’과 다름없지만, 루카와 알베르토는 인간의 모습을 한 채 그들과 동화되려 노력한다. 영화 말미에 알베르토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꿈꾸는 루카에게 기차표를 건네며 “네가 날 성에서 나오게 해줬잖아”라고 격려한다.

홍석천은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오히려 자신의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이야기를 접하면 치유 받는 느낌인데, ‘루카’가 그런 작품이다”고 말했다.

‘루카’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바다 괴물로 치부되는 주인공뿐 아니라 그들과 짝을 이루는 인간 줄리아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무시당한다. 그의 아버지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다. 그들이 서로 연대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주변의 인정을 받는 과정은 뭉클하다. 홍석천은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 안에는 성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여러 코드가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역시 그가 추천하는 리스트에 포함된다. 연구소에서 청소부로 근무하며 청각 장애를 가진 여성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와 연구소에 붙잡혀 와 온갖 실험을 당하는 괴생명체의 교감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이 영화 역시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과 편견에 경종을 울린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 문화부 SNS 플랫폼 관련 링크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 차장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전국노래자랑 후임은…”, 후임설에 입장 밝힌 송해
▶ ‘부부관계 소원해졌다’ 불 지른 50대 여성…집행유예
▶ “아빠 어딨어?”…30대 가장 모더나 접종 하루 만에 사망
▶ 윤석열·홍준표 몸집불리기 경쟁…유승민·원희룡 추격도 가..
▶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켜” 발언 대법까지 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
김천 상무, K리그2 우승…강등 1시즌..
검찰, 대장동 특혜·로비 넘어 위례신도..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찰관 투신 사..
4명이 한 홀 마치는데 24.75초…기네..
topnew_title
topnews_photo 국내 최장수 MC 송해가 ‘전국 노래자랑’ 후계자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송해는 17일 방송된 KBS 1TV ‘전국 노래자랑’ 오프닝에서 “후계..
mark‘강남 3억’ 서울 반값아파트 가속도…주민반발 어쩌나
mark‘옥중 결혼’ 나한일·정은숙, 4년만에 이혼
통근열차서 다른 승객 보는 가운데 성폭행 발생 ‘충..
‘부부관계 소원해졌다’ 불 지른 50대 여성…집행유..
월요일 초겨울 추위 속 낮부터 전국 곳곳 비 소식
line
special news 이혜영 “너무 센 거 아니야?”…돌발 행동에 화들..
‘돌싱글즈2’에서 4MC가 첫 회부터 펼쳐지는 돌싱남녀 8인의 돌발 행동에 경악하는 현장이 포착됐다.17일..

line
野, 이재명 참석 대장동 국감 하루 앞두고 총공세
“아빠 어딨어?”…30대 가장 모더나 접종 하루 만에..
윤석열·홍준표 몸집불리기 경쟁…유승민·원희룡 추..
photo_news
‘아름다운 악녀’·‘김약국의 딸들’ 톱스타…최지..
photo_news
“오징어게임 가치는 1조원…253억원 투자한 넷..
line

illust
피아니스트 이혁 ‘쇼팽 콩쿠르’ 결선 진출…2015년 이어 또 韓..

illust
‘오징어게임’ 오영수,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 가슴 뭉..
topnew_title
number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에 성욕 일으켜” 발언..
김천 상무, K리그2 우승…강등 1시즌 만에 ..
검찰, 대장동 특혜·로비 넘어 위례신도시 사..
인천경찰청 소속 30대 경찰관 투신 사망…동..
hot_photo
‘26세 싱글맘’ 배수진, 링거는 왜..
hot_photo
피트니스 SNS 슈퍼스타, 완벽한..
hot_photo
‘몸짱 달력’ 낸 고대생들…코시국..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