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다가온 ‘유동성 조이기’… 부동산 시장도 매물 계속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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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큰 폭 조정기 올 것”

고승범“전세대출 실수요 보호
대출잔액 증가율 올라도 용인”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풀렸던 풍부한 유동성으로 형성된 자산시장 거품이 조금씩 빠질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은 금융 불균형 위험을 선제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주열 총재가 11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유동성 급증을 유발한 초저금리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대책으로 시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는 등 대출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주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 전세자금 대출 실수요자들에 대한 보호방안이 담길 예정인데 기본적으로는 가계부채 옥죄기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당국의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9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6조5000억 원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 범위를 확대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월과 11월, 12월 중 전세 대출에 대해서는 총량 관리를 하는 데 있어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보완 대책 발표 시 전세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의미다. 고 위원장은 “그래서 전세 대출 증가로 인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 목표가 6%대로 증가하더라도 용인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이날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여신 담당 임원(부행장급)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마련했다. 가계대출 증가 현황 및 관리 방안, 전세자금 대책이 의제다.

대외적으로도 유동성 흡수를 위한 조치가 예고돼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테이퍼링(점진적 양적완화 축소)을 공식화했고, 이르면 11월에 착수할 수도 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이사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더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산시장 거품을 이끌어 왔던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아크로리버 전용면적 149.225㎡가 지난달 10일 21억6000만 원에 거래돼 8월 13일 24억 원보다 2억4000만 원 내렸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월 0.20∼0.22% 수준에서 9월 0.21%(1·2주)→0.20%(3주)→0.19%(4·5주)로 상승 폭이 줄고 있다. 매물도 계속 쌓여가고 있어 매도 우위였던 시장이 매수 우위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자산시장이 큰 폭의 조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본다. 거품이 제거되는 과정에서 신용 위험자들로 인해 시장이 불안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임대환·황혜진·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