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팀으로 나눴다가…인물·쟁점별로 쪼갰다가… 檢 지휘부 방관에 ‘대장동 전담수사팀’ 우왕좌왕

■ 檢 수사 내부 비판 봇물

“남욱, 김만배 영장기각 보고
수사 엉망이라 판단해 입국”
“성남시장실부터 수색했어야”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키맨인 남욱 변호사를 체포한 지 약 43시간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하고 석방한 것을 두고 검찰 내에선 “수사팀이 수사를 인물별로 했다가 쟁점별로 나누는 등 좌충우돌하다가 빚어진 촌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담 수사팀 인력 20여 명을 1팀과 2팀으로 나눴다가 다시 남 변호사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 ‘대장동 4인방’ 사람별로 나누며 우왕좌왕해 수사가 ‘산으로’ 갔다는 것이다. 검찰이 배임과 뇌물공여, 정·관계 로비 혐의 규명 등 수사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탓이라는 지적이다.여기에 검찰 지휘부가 수사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대장동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은 지난 18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체포한 남 변호사를 수사 불충분을 이유로 이날 0시 20분쯤에 석방했다. 체포한 피의자를 풀어준 것을 두고 현직 검사들은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를 체포했으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수사의 당연한 흐름”이라며 “이럴 거면 체포하지 말고 소환조사 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인데 오히려 어설픈 대응으로 수사 불신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앞서 대장동 개발 사업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청을 제외하고 사업을 주관한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만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펴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 뒤늦게 시청 압수수색에 들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은 빠졌다.

현직 A 부장검사는 “내가 주임검사라면 당연히 성남시청 시장·비서실부터 수색했을 것”이라며 “압수수색 후 관련 인사를 조사하는 것이 수사의 정석인데 현 수사팀은 거꾸로 수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 내에선 수사팀이 수사 인력 규모만 키우고, 정작 내실을 다지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수사팀 사정에 밝은 현직 B 검사는 “수사팀 내부에서 팀을 1·2팀으로 나누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사안을 쟁점별로 나눴다가 이걸 또 사람별로 쪼개서 나누는 등 아수라판이 따로 없었다”고 전했다.

현직 C 부장검사는 “남 변호사가 김 씨 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고 수사가 엉망이라고 판단해 자신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보고 입국한 것 같다”며 “수사팀이 허를 찔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사팀 내 몇 안 되는 ‘특수통’ 부부장검사에게 다른 사건 겸직을 맡긴 것도 상식 밖의 조치라는 게 현직 검사들의 판단이다.

이해완·김규태·윤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