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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0일(水)
여자친구에게 ‘낙태 종용’ 했다면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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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낙태죄 효력 상실하며 낙태교사죄·낙태방조죄 사라져
혼인빙자 간음죄는 2009년 위헌 판결로 폐지돼
낙태에 협박 있었다면 강요죄 가능…민사상 손배 청구 가능성도 있어


배우 김선호가 전 여자친구에게 임신 중절을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연예계가 시끄럽다.

김선호가 출연했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배우들의 인터뷰가 줄줄이 취소됐고, 광고계에서 김선호가 등장한 광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배우 K씨의 전 여자친구라는 A씨가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K씨에게 ‘지금 아이를 낳으면 9억이라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거짓말로 낙태를 회유 받았다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글쓴이는 K씨가 2년 뒤 결혼을 약속했으면서 아이를 지운 뒤 수술비와 병원비 200만원만 보냈고 4개월 전 이별을 통보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K씨가 배우 김선호라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어떤 이유로라도 임신중절수술은 실드(방어) 불가” “낙태 종용은 범죄 맞다” “낙태죄가 위헌이라 법 자체가 없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앞서 8월에는 배우 김용건의 연인이 출산을 반대하는 김용건을 낙태 강요 미수 혐의로 고소하면서 ‘낙태 강요’가 회자하기도 했다.

◇ 낙태 처벌 규정 없어

결론부터 보면 현재 법률적으로 낙태, 즉 임신 중단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이는 낙태 처벌 규정이 올해 1월 1일 자로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이고,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당시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하지 않고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부는 작년 10월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15∼24주 이내에는 조건부로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여성계 등의 반발에 직면했다.

정치권에서도 낙태죄 전면 폐지부터 임신 24주까지 허용 등의 다양한 개정안이 나왔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연내 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올해 들어 낙태죄 관련 규정이 자동 폐기됐다.

이전에는 형법 31조(교사범)와 32조(종범)에 의거해 낙태를 종용하거나 방조한 남성을 낙태교사죄 또는 낙태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낙태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역시 처벌할 수 없다.

◇ 혼인빙자 간음죄도 폐지…강요죄는 폭행·협박 있어야

A씨는 글에서 “2년 뒤에 너와 결혼을 할 것이고 자신의 부모님께 소개해주겠다, 내년에 동거부터 하자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혼인빙자 간음죄 역시 2013년 폐지됐다.

헌재는 2002년 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2009년 11월에는 “혼인빙자간음 법률 조항이 남녀평등에 반할 뿐 아니라 여성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부인한다”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경우에 따라 강요죄는 성립될 수 있다.

형법 324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임신 중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에 따라 강요죄 성립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한본 법무법인 정도 변호사는 “강요죄가 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거나 협박 과정에서 생명, 재산 등의 명확한 불이익을 고지해야 하는데 연인 사이의 호소, 설득 등의 경우라면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이트 관계에서 강요하는 것은 협박이라기보다 애정에 의존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처벌을 통해 규제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 사회·구조적 평등의 실현으로 남녀 간의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은 가능하다.

임신 유지와 출산 의사를 명백하게 갖고 있던 임신부가 다른 사람의 낙태 종용으로 임신 중단을 결정했을 경우 자기 결정권, 즉 임신 여부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본 변호사는 “임신과 낙태에 이르는 과정에서 사실혼에 준하는 동거가 있었다거나 결혼을 약속했다가 파기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위자료를 받아내는 것이 가능하다”며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낙태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했거나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3월 서울중앙지법은 전 남자친구가 재결합을 미끼로 낙태를 종용한 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B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화해 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남자친구가 재결합을 약속하고 낙태를 종용했다가 연락을 끊은 것을 ‘기망’ 행위라고 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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