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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1일(木)
北核 유일해법 ‘중단 없는 제재’…체제 동요로 ‘核대신 생존’ 택하게 압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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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1일 개최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미니 SLBM’(붉은 원)을 공개하고 있다. 이 미사일은 19일 북한이 시험 발사한 신형 SLBM과 동종으로 관측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이용준의 Deep Read - ‘北 비핵화’ 해법

韓美日 정보기관장·북핵대표 협상 중 신형 SLBM 도발… 文정권, 제재해제 앞장서 ‘북핵인질’ 자초

비핵화 없이 제재만 풀면 北 협상장 안나와… ‘핵포기’대가로 ‘제재 완화’해야 ‘북핵 영구화’ 막아


한·미·일 3국의 정보기관장과 북핵 협상 대표들이 각각 서울과 워싱턴에서 회동하는 가운데 북한이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을 벌였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발전을 거듭하는 가공(可恐)할 운반체에 실린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선 제재 해제 후 비핵화’를 요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대미 협상에서 마치 북의 전령(傳令)처럼 뛰고 있지만, 막상 제재를 해제할 경우 북이 이에 ‘감읍’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제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간단(間斷)없는 제재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과 체제 동요에 굴복해 스스로 핵 포기 결단을 내리는 것뿐이다. 대북제재는 비핵화를 위해 남아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다.

◇‘한 vs 미·일’ 엇박자

한·미·일 3국의 대외전략 협의는 1990년대 중반 이래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 협력의 주축이었고, 한국의 입장에서는 우방국 간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핵심적 협의 채널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된 3국 사이의 이견 확대로 그런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됐고, 대북 전략 협의라는 본연의 기능조차 마비된 상태다.

대북정책에 관한 세 나라의 현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북한 비핵화 외교’와 ‘북한 살리기 외교’ 사이의 엇박자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미·일 양국의 입장과 북한 살리기를 위한 제재 해제와 경제 지원에 집착하는 한국 입장 사이의 심각한 괴리가 문제다.

문 정부는 2018년 이래 줄곧 유엔의 대북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벌여왔다. 미국이 거부하자 유럽국들과의 정상회담과 유엔총회 등을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북한을 도와 환심을 사기 위한 이런 ‘기이한’ 외교 행보로 한국 정부는 스스로 북한의 ‘핵 인질’이 되기를 자초했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3각 공조체제는 회생 불능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

북한은 2017년 제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완료 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래 유엔 제재 해제를 위한 총력외교에 돌입했다. 제재 해제를 통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무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이었다.

◇‘先 제재 해제’는 재앙

그 첫걸음은 한국 정부를 제재 해제 외교의 첨병으로 내세우기 위한 요란스러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였고, 그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북한의 ‘호의’에 감읍한 문 정부는 그 이래로 제재 해제를 위한 전위대 역할을 자임했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낡은 영변 핵시설 해체와 제재 해제 맞교환’에 동의했다면, 북한의 핵무장 영구화 전략은 완전한 성공을 거뒀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쯤 제재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고,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거액의 철도·도로·에너지 원조를 받아 경제력을 강화하고 핵무력과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해 압도적 대남 우위를 점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꿈꿨던 전략은 실패했다. 하노이회담은 결렬됐고, 북한은 제재 조치의 무게에 짓눌려 경제난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가식적 비핵화 의지 표명조차 없고, 핵무장 강화 의지를 거듭 재천명하고 있을 뿐이다.

문 정부가 경제위기에 처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을 국제사회에 설파하는 와중에도 북은 모든 가용 자금을 SLBM, 극초음속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첨단 핵미사일 개발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그 이유는 최근 미국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에도 지적됐듯, 북한의 핵무장은 김정은 정권의 장기적 체제 안정과 남한에 대한 지배적 영향력 유지를 위한 불가결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핵 있는 北과 핵 없는 南

미국은 북한에 대해 ‘조건 없는 핵 협상’ 개시를 제의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에 불응하고 있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에 반대 입장이어서, 비핵화 의사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그 협상에서 얻어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의 협상 목표인 제재 해제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협상을 주장하고 미국은 이에 말려들지 않는다.

미국은 비핵화 없는 협상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는 북한의 핵무장에 면죄부를 제공하고, 핵무장 영구화에 카펫을 깔아주는 실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 전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김일성 시대 이래로 북한은 협상 개시에 앞서 자신이 원하는 선행요건들을 먼저 받아내는 ‘조건부 협상’ 방식을 고집해 왔다. 1997년 시작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남·북·미·중 4자회담’에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정(한국 배제)’을 양대 의제로 정할 것을 주장하며 이를 수락하기 전에는 협상을 시작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결국 협상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최근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서도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장황한 선행조건들을 열거하고 있다.

핵무장 유지와 강화에 유난히 집착이 강한 김정은 정권의 속성을 감안할 때, 외교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작아 보인다. 군사적 위협을 통한 비핵화 압박도 성공하기 어렵다. 이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입증된 바 있다. 따라서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핵 있는 북한과 핵 없는 남한’ 구도가 장기간 또는 영구히 가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비핵화 희망의 끈, 제재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에 집착하는 건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희망의 끈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음모다. 언젠가 북과의 핵 협상이 이뤄진다면,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제재의 해제를 얻기 위해 ‘가장 아끼는’ 핵을 포기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즉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가 선행되면 북한은 비핵화 협상에 나올 아무 이유가 없고, 따라서 ‘핵 있는 북한과 핵 없는 남한’ 구도는 영구화할 수도 있다. 제재 해제 카드는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비군사적 압박 수단이자 북핵 영구화와 밀리터리 옵션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전 북핵 대사·외교부 차관보


■ 세줄 요약

‘한 vs 미·일’ 엇박자 : 한·미·일 전략협의는 대북정책 공조를 위한 핵심적 협의 채널이었지만 文 정부 들어 기능이 마비됨. ‘북 비핵화’와 ‘북 살리기’ 외교 엇박자 때문. 文 정부는 제재 해제에만 집착해 북한의 ‘핵 인질’을 자초.

‘先 제재 해제’는 재앙 : 북의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를 수용한다면 핵무장에 면죄부를 제공하고, 핵무장 영구화에 카펫을 깔아주는 실책이 될 것. 이는 ‘핵 있는 북한과 핵 없는 남한’ 구도를 영구화할 재앙이 될 가능성도 있음.

비핵화 희망의 끈, 제재 :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북이 간단(間斷)없는 제재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과 체제 동요에 굴복해 스스로 핵 포기 결단을 내리게 하는 것뿐. 대북제재는 비핵화를 위한 마지막 희망의 끈.


■ 용어 설명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하도록 개발된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 핵주먹’으로 불림. 한국이 최근 발사에 성공해 세계 7번째(북한 포함 땐 8번째) SLBM 보유국이 됨.

‘하노이회담’은 미·북 정상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가진 회담을 말함. 트럼프와 김정은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만난 후 두 번째 미·북 정상회담인데, 협상이 결렬되며 ‘노 딜’로 끝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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