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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병종의 시화기행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6일(火)
伊 고전양식의 우아함을 되살려낸 공간… 지친 영혼이 쉬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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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종, 카사비앙카, 26×37㎝, 혼합재료에 먹과 채색.



■ 김병종의 시화기행 - (93) 로마 호텔 꼬르소 281

천년제국 로마 견고한 아름다움
오늘의 삶공간까지 면면히 흘러
삶과 예술이 담긴 건축은 위대

한국 공공디자인 입안·설계자에
이탈리아적 정체성의 美 느끼게
이틀이라도 숙박 권유하고 싶어


숙소 하나를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래 걸어본 자는 안다. 그리고 다시 걸어야만 하는 먼 길을 앞둔 이도 안다. 지친 다리뿐 아니라 영혼까지 누일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 집에서 위대한 이탈리아 고전의 옷자락을 만진 느낌이었다. 그전까지는 뭐랄까, 이탈리아가 선조들의 광휘에 너무 짙게 주눅 들어 있는 듯한 느낌 비슷한 것을 받았었다. 심지어 이탈리아 고전의 진정한 전승자는 프랑스라는 저 나름의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작은 호텔에서 며칠을 묵는 동안 우아하고 장엄한, 그러면서도 섬세한 고전과 조응하는 새로운 차원의 미(美)를 만나게 됐다. 물론 창을 열면 건너편 건물이 미술관이었고 밤새 은은한 간접조명들이 맞은편 벽면을 쏘아주며 우아한 형태들을 보여준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뜻밖에 이 작은 호텔이 이탈리아 고전 디자인의 우아한 아름다움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으로만 보는 디자인은, 특히 오늘날의 대세가 된 미니멀 디자인은 싸늘하다. 그리고 불편하다. 무엇보다 인간을 소외시켜버린다.

나는 꼬르소 281에 묵는 동안 디자인 쪽에서 일하는 몇몇 지인을 떠올렸다. 그 옛날의 바우하우스만 유람할 것이 아니라 이 집에 묵으며 완전히 격이 다른 따뜻한 디자인을 몸으로 체험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무엇보다 호텔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줄줄이 불러내 수습시키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뿐인가. 한국의 공공디자인을 입안하고 설계하고 시공하는 사람들 또한 하루 이틀씩이라도 이곳에 짐을 풀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을 정도였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이탈리아적 정체성의 그 아름다움을 함께 체험하고 돌아가 우리도 한국적 미의식을 저마다의 공간에 살려내 준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  김병종 화가, 가천대 석좌교수
그렇다. 꼬르소 281에서 내가 엿본 것은 위대한 천년제국 로마의 견고한 아름다움이 어떻게 오늘의 삶 공간까지 면면히 흘러왔는가 하는 점이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광고 같지만, 그들이 해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옛 왕조들이 세운 그 고졸(古拙)하고 섬세하면서도 단아하고 격조 있던 한국의 미(美)를 오늘에 되살리고 계승하는 일 말이다.

신라의 장엄과 백제의 우아함이 은은하게 살아 있는 집들을 우리라고 왜 짓지 못하겠는가. 내일부터 나는 본격적 이탈리아 기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하늘의 뭇별 같은 천재들의 작품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예술가의 자취도 그들이 남기고 간 예술품들도 결국 건축이라는 그릇 속에 담겨 있게 된다. 삶과 예술이 담기는 건축, 그래서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한때 건축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여행지에서마다 습관처럼 건축일기 비슷한 것을 쓴다. 아니, 일지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나도 모르게 쓰고 버리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집 한 채를 만나면 사람을 만나는 듯한 기쁨이 있다. 고전의 바다로 떠나기 전 우연히 찾아든 로마 뒷골목 꼬르소 281이 내겐 그런 곳이었다.

화가, 가천대 석좌교수


■ 로마에서의 숙소 선택

역사지구·유적지 가까운 골목 곳곳엔 프랑스식 프티 호텔


로마에서는 연중무휴 비수기 없이 몰려드는 관광객 수에 비해 호텔이 많지 않다. 박물관이나 성당이 많은 역사지구 안에서 숙소를 잡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관광객이 특히 많이 가는 콜로세움이나 카피톨리니 박물관 근처에 숙소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테르미니 역 주변이나 보르게세 공원 쪽에서는 작은 호텔이나 모텔들을 만날 수 있는데 도심에서 비켜나 있는 것이 흠이다. 가끔 역사 지구나 유적지 가까운 골목에 숨어 있듯이 프랑스식 프티 호텔 스타일의 작은 호텔을 볼 수 있는데 디자인 호텔 꼬르소 281(사진)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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