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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7일(水)
“내 교집합에 없는 타인은 별종 취급…갈수록 쪼개지는 ‘나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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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연구는 사회 현상에 언어의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며 “저희가 세운 콘셉트에 입각해 만든 공간, 상품 등이 히트했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자신들이 만든 신조어로 뉴트로, 언택트, 미닝 아웃 등을 꼽았다. 신창섭 기자

■ 파워인터뷰 -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BTS 팬·임영웅 팬 공감 못하듯
내가 속한 영역 아니면 ‘타자화’
자기 편끼리만 공명 ‘갈등 증폭’

자기만의 서사가 중요한 시대
강한 내러티브에 돈·관심 몰려
대선도 ‘내러티브 전쟁’될 것

자신의 일상 트렌디하지 않아도
비즈니스 모델서 변화 읽어내고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일 찾아야


인터뷰 = 최현미 문화부장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어 한 해의 끝이 가시권에 들어올 즈음, 어김없이 쏟아지는 책들이 있다. ‘사상, 행동 또는 어떤 현상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방향’이라는 뜻의 ‘트렌드’, 이것으로 다음 해를 전망하는 ‘트렌드’ 책이다. 요즘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트렌드 2022’라는 키워드를 치면 긴 책 목록이 나타난다. 이 목록의 대표선수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다. 2008년 ‘트렌드 코리아 2009’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꼬박 14년째로 ‘트렌드’를 ‘트렌드’로 만든 책이다. 내년 10대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2’는 이번에도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미래를 내다보려는 근원적 욕망과 시대 흐름을 읽어 어쨌든 ‘잘살아 보겠다’는 실용적 욕망이 만든 결과다. 돈을 벌고, 아이템을 찾고, 제품을 개발하고, 전략을 세우고, 위기에서 탈출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필요와 바람들. 특히 긴 코로나19에 이어 위드 코로나라는 낯설고 새로운 시대 앞에서 욕망의 온도는 더 달아올랐다. 이들 필요와 바람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지난 18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를 만났다. 매년 그해 ‘띠 동물’을 모티프로 10대 트렌드의 첫 글자를 조합해 타이틀을 만들어온 그가 이번에 내놓은 2022년 호랑이해의 타이틀은, ‘ TIGER OR CAT’. 변화에 잘 적응하면 포효하는 호랑이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호랑이가 될 것인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누가 호랑이가 되고, 누가 고양이가 될 것인가.

“산불이 크게 나면 큰 나무들이 많이 타죽지만 대신 기적처럼 새순들이 나와 새로운 숲 생태계가 조성된다. 위드 코로나 상황에, 치료제까지 나오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펼쳐질 것이다. 그간 계속 혁신하며 개선한 회사들은 더 좋은 찬스를 잡았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회사들은 힘들었다.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승자 독식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다.”

그는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수영복을 입었는지 안다’는 워런 버핏의 말을 덧붙여 설명을 이어갔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모두 예쁘지만 눈이 녹으면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인다. 내년에 눈이 걷히고 나면 누가 꽃을 피울지, 누가 시들어 죽을지 분명해진다.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다. 호랑이가 될 것인지, 고양이가 될 것인지.”


―잔인한 전망인데.

“그렇다. ‘오징어게임’에서 마지막 유리판 건너는 게임을 기억하나. 1번은 무조건 죽고, 16번은 무조건 산다. ‘네가 번호를 잘못 뽑았으니 네 잘못’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 지난 코로나19 2년간 1번 뽑은 분이 있고, 16번 뽑은 분이 있다. 직격탄을 맞은 분들이 있고,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잡은 이도 있다. 무엇보다 자영업 기반이 너무 취약해져 걱정이다. 이제 코로나19 영업제한뿐 아니라 인건비 관리, 마케팅, 원가 소싱, 재료 구입 등에서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 기로에서 주의할 점은.

“몇 가지 착각을 주의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큰 영향을 끼쳤지만 코로나19만이 변화의 변수는 아니다. 코로나19와 함께 많은 기술이 나왔고 정치·경제·문화 환경,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코로나19는 트렌드의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속도를 바꿨다. 가속의 불을 붙인 것이다. 먼저 코로나19가 끝나면 그 이전 라이프스타일로 돌아갈 거라는 건 착각이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시장이 확대된 건 맞지만 그 영향을 대면이냐 비대면이냐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이분법으로 보면 놓치는 게 너무 많다. 만약 사람들이 백화점 구경 가는 길에 휴대전화로 상품을 구매했다면 대면인가 비대면인가. 고객은 이미 대면과 비대면 생활을 구별하지 않는다.”


―내년 10대 트렌드 중 ‘나노 사회’가 제1트렌드인데. 분열의 양상은.

“예전엔 조용필을 좋아해도 서태지를 알았고, 서태지를 좋아해도 태진아를 알았다. 요새는 아니다.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와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는 서로의 노래를 모른다. 그 정도가 아니다. 연애 리얼리티를 좋아하는 20대 여성들 중에서도 티빙의 ‘환승연애’를 보는 사람과 MBN ‘돌싱글즈’를 보는 이는 얘기가 안 통한다. 넷플릭스를 보느냐 아니면 왓챠나 티빙, 지상파를 보느냐에 따라 교집합이 줄어든다. 트렌드는 잘게 쪼개지고,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인다. 내가 공감하는 사람들 밖에 있는 사람은 별종이고 이상한 사람이라 타자화한다. 흩어지고, 끼리끼리 모이고, 자기편끼리 공명하는 나노 사회다. 다른 생각,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회 원자화, 각자도생 등과 일맥상통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 나노 사회는 10년, 20년도 더 된 얘기다.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트렌드’이며, 다른 트렌드의 원인이 되는 트렌드다. ‘요즘 젊은이들, 요즘 시장이 왜 이래’라며 원인을 찾다 보면 거기에 ‘나노 사회’가 있다. 솔직히 모두가 아는 키워드를 1번 트렌드로 앞세우는 게 부담스러워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가장 중요하니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우리 책의 정체성과도 관계가 있다. ‘너희들 몰랐지’라며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를 넣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만 신기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걸 쓰려고 한다. 한 사회에는 최소한의 ‘접합제’가 필요한데 사회의 구심력이 점점 약해지고, 반면 원심력은 강해지고 있다.”

▲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가 체크 리스트가 되기를 바랐다. “2022년을 맞으면서 꼭 준비해야 할 게 무엇인지, 우리 업에서는 뭐가 중요한지 생각해 보는, 그런 체크 리스트 10가지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신창섭 기자


“이젠 ‘직’보다 ‘업’이 더 중요… 돈 많이 줘도 재미없는 회사 안 가”

좋은 직업은 가장 나다운 직업
각자가 ‘비즈니스 모델’ 만들어

투자·투잡 보편화 ‘머니러시’
수입 파이프라인 여러개 꽂아
젊은층, N잡 되는 회사 가려해

위드 코로나에 치료제 나오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펼쳐져

혁신 기업은 더 좋은 찬스 잡아
뒤처진 회사와 격차 더 커질 것
개인도 ‘승자 독식’ 경향 뚜렷


―기술은 더 발달하고, 삶의 방식은 더 쪼개질 텐데 ‘나노 사회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 덕목은 노력하면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한쪽에선 ‘요즘 애들 이상해’ 또 한쪽에선 ‘우리 부장 왜 저래’라고 한다. 그런데 다를 수밖에 없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다. 1950∼1960년대생과 2000년대 생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살지만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들(한국의 중장년)은 휴대전화 없던 시절과 독재정권을 겪었으며, 가난한 나라에서 살았다. 서로 자기 기준을 강요해선 안 된다. 트렌드 연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사람이 아무리 이상하게 행동해도, 거기엔 모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세대인 초등학생이 오프라인에서 구매활동을 많이 한다. 왜일까. 그건 온라인 쇼핑을 하면 엄마가 택배를 받기 때문이다.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 보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환경은 사람을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데 자기 제약만 생각하고 남의 제약에 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는 이와 함께 나노 사회에선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따른 큐레이션에서 벗어나 직접 자신과 세상을 마주하는 ‘우연의 발견(serendipity)’에 대한 감각, 그리고 공동선과 지구인으로서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했다.


―뿔뿔이 흩어지고, 끼리끼리 모이는 나노 사회 문제는 결국 세대 문제와 연결되는데, ‘엑스틴 이즈 백’을 내년 트렌드로 꼽았다. 엑스세대의 귀환인가?

“엑스틴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엑스틴이 중요한 세대이니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엑스틴은 1970년대 전후에 태어나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X세대, 그중에서도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세대다. 한마디로 10대 같은 사고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젊은 40대다.”


―모두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에 주목하는데 왜 X세대인가.

“X세대는 우리 사회 변곡점을 모두 본 문제적 세대다. 가난한 나라와 부자가 된 나라를 경험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기점으로 반소비주의와 소비주의를 같이 봤다.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 문화적으로도 뽕짝 아니면 클래식이었다가 서태지를 거쳐 대중문화의 폭발을 맛봤다. 정치적으로는 어린 시절 군부독재를 경험하다 나이 들어 민주사회를 경험했다. 제일 극적인 게 아날로그로 살다가 디지털로 바뀐 것이다. 모든 걸 다 경험한 진정한 양손잡이 세대다. 그런데 지금 매우 힘들다. 10대 자녀는 반항하고 부모님은 은퇴해 부양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일이 제일 많다. 집도 늘려야 하고 애들 교육비에, 필요한 것도 많다. 게다가 자신이 신입사원일 때는 꼬박꼬박 과장님, 부장님하고 따르고 온갖 일을 했는데 막상 자신이 부장이 됐는데, 시대가 변해 그냥 ‘아무개님’이라고 불린다. 옛날 부장은 코치만 하면 됐는데 이제 모든 일을 다 직접 해야 한다. MZ세대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말하지만 실제로 조직문화를 바꾸고 실현하는 건 바로 팀장이고 부장인 X세대가 해야 한다. 이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요즘 모두의 관심은 부동산, 주식, 투자, 돈이다. 이 흐름은 어떤 트렌드가 되나.

“‘머니러시’다. 억대 연봉을 받아도 쪼들리는 HENRY(High Earner Not Rich Yet),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FOMO(Fear of Missing Out) 등으로 소비 수준과 기대는 높아지지만 경제 환경은 나빠지면서 사람들은 투잡, 스리잡 등 ‘파이프라인’으로 불리는 수입원 다각화에 나선다. 긍정적으로 보면, 모두가 자기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사점을 주기도 한다.”


―N잡이 보편화되나.

“예전에는 사내 정치하고 욕먹어가며 승진하려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승진을 안 하려 한다. ‘국민교육헌장’에 이런 말이 있었다.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그때 나라는 나였다. 나라가 발전해야 나도 발전했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회사가 잘돼야 나도 잘됐다. 내 인생은 곧 회사였기에 회사에서 성공하면 내 인생에서 성공한 거다. 이때 성공은 어떻게 측정됐나. 승진이었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다. 계약하고 일주일에 5일씩 9시에서 6시까지 일한다. 그 이상은 안 한다. 그 외에 또 다른 나, 회사 밖 또 다른 내가 있다. 멀티페르소나, 부캐 같은 것이다. 취미 활동일 수도 있지만 요새는 돈이 부족하기에 N잡이다. 이제 젊은 사원들은 연봉보다 워라밸을 잘 지켜주는 회사, N잡을 허용하는 회사에 가려 할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나누는 기준은 뭔가.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자기다운 직업’이다. 서양에 ‘황금수갑’이라는 말이 있다. 수학천재가 금융회사에 취직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 남들은 소득이 높아서 좋겠다는데 정작 본인은 재미없고 힘들다. 이때 ‘황금수갑을 찼다’고 표현한다. 이전에 좋은 직업의 기준은 돈이었다. 지금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재미없으면 안 된다. 월급을 적게 받아도 자기다운 직업이 중요해졌다. 직업도 ‘직’보다 ‘업’이 더 중요해졌다.”


―직과 업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직업이라고 하지만 직과 업은 다른 개념이다. 직은 삼성이냐 현대냐의 이야기고, 업은 마케터냐 영업사원이냐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직이 중요했다. 회사가 곧 나이니 기왕이면 큰 조직이면 좋은데, 큰 조직은 복지후생이 좋고 연봉도 높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안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큰 회사에 들어가도 숫자가 싫은데 재무팀에 있으면 재미없고, 작은 회사지만 좋아하는 글 쓰는 일을 하면 재미있다. 왜냐하면 평생 그곳에서 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속 옮겨 다닐 건데 내가 잘하면 된다. 그렇게 나의 업을 계속 찾아간다. 지금까지는 직 중심 사고를 했다면 앞으로는 업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앞으로 좋은 직업이란 나다운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거기서 돈을 버는 일이다.”


―그렇다면 자기 삶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모인 회사, 조직의 경쟁력은.

“지금까지 경쟁력의 패러다임은 ‘톱다운(top-down)’이었다. 회사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이 모두 희생하고 노력했다. 그런데 앞으로 경쟁력은 ‘보텀업(bottom-up)’이다. 개개인이 자기 경쟁력을 키운다면 중구난방일텐데, 핵심은 그 조직이 이 중구난방의 경쟁력을 발휘하게 하면서도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역량을 모으는 것이다. 그 룰과 동기부여를 잘하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는 회사고 그렇게 못하는 회사는 이제 힘들어질 것이다.”

이 지점에서 김 교수는 개인도, 조직도 자기만의 서사를 가져야 한다는 ‘내러티브 자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10개의 트렌드를 나노 사회로 시작해 내러티브 자본으로 마무리한 것이 인상적이다.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라’는 시대의 답인가.

“내러티브는 단순한 이야기와 다르다. 이야기가 사건 자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내러티브는 창의성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이다. 그 뿌리는 무한한 상상력, 창의력과 닿아 있다. 모두가 엉뚱하다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결국 해내는 사람들이 이기는 세상이다.”


―내년은 선거의 해다. 정치, 정치인이야말로 내러티브가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 정치에서 가장 없는 것이 내러티브다. 꼭 정치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지자들이 워낙 잘게 쪼개지고 공명하고 갈려 있으니 정치인도 표를 얻으려면 거기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인은 연예인 같아서 욕먹어도 주목을 받아야 되니 그게 안 된다. 자기 내러티브를 가지고 철학을 세워도 별로 주목해 주지 않는다. 훨씬 자질이 풍부한 분들이 오히려 대중적으로는 관심을 못 받는 일이 일어난다. 나노 사회의 영향이다. 그래도 내년 선거에서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 교수님의 내러티브는 뭔가.

“내가 처음 쓴 책이 ‘럭셔리 코리아’인데 거기에 소비자의 비밀을 가장 잘 아는 남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그렇다. 소비의 비밀에 대해서 가장 잘 안다.”


―소비의 비밀을 아는 것의 즐거움은 어떤 것인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을 깨달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복잡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 한순간에 명쾌하게 설명될 때의 쾌감이랄까.”


―트렌드를 관통하는 의식은 결국 ‘스스로를 혁신하라’다. 혁신에 대한 요구가 개인을 너무 몰아세우는 건 아닌가.

“친구들도 술 먹으면 그런 질문을 한다. 피곤해 죽겠다.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안 되냐고. 그러면 나는 비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살라고 한다. 그렇게 산다고 누가 뭐라 하겠나. 나 역시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이고 생활 방식은 트렌디하지 않다. 사람들은 트렌드를 연구하니, 옷도 최신 패션이냐고 묻지만, 종이 신문을 보고, 메모는 패드, 노트북, 스마트폰보다 펜이 좋고 종이에 한다.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하지만 이번 책은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에서 판매했다. 이 둘은 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일상은 트렌디하지 않지만 새 비즈니스 모델을 소개하면서 내가 그걸 못하면 얘기할 자격이 없는 거다. 누군가의 돈을 받고 싶다면 상대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선생님이면 학생들을 알아야 하고, 커피를 팔려면 요즘 애들은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적어도 자기 업에서는 상대의 변화를 알아야 한다.”

변화의 흐름 속 혁신과 자기 삶은 분리될 수 있다고 조언한 김 교수는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를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다만 그 방점은 ‘나 같다’에 뒀다. “비디오 가게 사장인데 변화를 모르면, 어떻게 하면 연체를 줄일 수 있을까 같은 생각만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비디오를 안 보는 세상이 왔다. 만약 그 변화를 봤다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 정도가 아닐 거다. 성장하고 살아남으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 속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소위 ‘나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세상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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