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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7일(水)
인간 뇌 본뜬 조직을 ‘작은 칩’에 구현… 뇌수막염 등 치료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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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유종 기자
■ 연세대 연구팀 ‘혈뇌 장벽’ 모사한 인공 칩 개발

뇌 보호장치 역할 ‘혈뇌 장벽’
치료제도 가로막아 효과 반감

칩에 뇌조직 모사해 배양하고
다양한 물질의 이동 상황 관찰
곰팡이성 감염 모델링도 성공


뇌는 신체의 소우주(小宇宙)라 불린다. 심장, 간, 허파 등 다른 기관들과 구별되는 독자적 구조와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과 마음의 사령관 격인 뇌는 3중의 장벽으로 삥 둘러쳐져 있다.

그 가운데 마지막 관문이 혈뇌 장벽(BBB·blood-brain barrier)이다. 외부로부터 오는 독소나 약물, 병원균 등의 침입은 막고 꼭 필요한 물질만 투과시키는 뇌의 제일 안쪽 촘촘한 방어망이다. 혈뇌 장벽은 뇌 등 중추신경계를 둘러싼 선택적 투과막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병원체와 해로운 화학물질의 통과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제일 바깥쪽 장벽인 두개골과 그다음 장벽인 뇌막 및 뇌척수액(CSF)이 외부의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뇌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면, 혈뇌 장벽은 세균과 화학물질 등을 걸러내는 분자 단위의 화학적 방어망이라 할 수 있다.

혈뇌 장벽은 이렇게 가장 중요한 뇌 보호장치로 꼽히지만, 아픈 뇌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투여해야 하는 의사에게는 난공불락의 성처럼 극복 대상이기도 하다. 화학 약물의 분자가 혈뇌 장벽에 가로막혀 뇌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기대한 치료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혈뇌 장벽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이 과학계의 큰 과제로 대두됐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어떤 병원체나 화합물이 이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지, 통과한다면 어떤 양상인지 미리 실험실에서 모델링해 볼 수 있는 바이오칩(chip)을 처음으로 만들어 냈다.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연세대 생명공학과 조승우, 반용선 교수 연구팀이 혈뇌 장벽의 구조와 기능적 특징을 모사(模寫)한 ‘인공 혈뇌 장벽 칩’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을 활용해 만드는 장기(臟器)칩(organ-on-a-chip)은 단순 세포배양과 달리, 해당 장기의 미세환경까지 재현해 생체와 거의 유사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수백 ㎛ 수준의 미세채널들로 구성한 칩에 뇌혈관과 뇌세포를 모사해 배양하고, 그 사이에 혈뇌 장벽을 구현해냈다. 뇌혈관을 모사한 미세채널을 통해 배양액과 함께 주입된 다양한 물질이 혈뇌 장벽을 모사한 선택적 투과막을 통과해 뇌세포를 모사한 빈방으로 잘 이동하는지 현미경으로 실시간 관찰할 수 있다.

기술의 핵심은 3차원 하이드로젤로 세포가 자랄 수 있는 미세환경을 모사해 배양액의 흐름을 제어하면서 신경 줄기세포, 뇌혈관 내피세포, 뇌혈관 주피세포를 함께 배양함으로써 실제 뇌 발달 시 뇌혈관세포의 생장과 혈관 신생 과정을 모사한 점이다. 뇌혈관이 포함된 인간 뇌 조직을 작은 칩 위에 구현함으로써 혈뇌 장벽의 특이적 기능도 재현할 수 있게 됐다. 혈뇌 장벽을 통과해 뇌까지 잘 도달할 수 있는 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 인공 칩이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분자량이 제각각인 여러 물질이 사이토카인을 처리했을 때만 바이오칩의 투과막을 통과하는 것을 통해 실제 혈뇌 장벽처럼 선택적 투과막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검증해 냈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신체 방어체계 신호물질을 말한다.

또 이 과정에서 곰팡이성 뇌 감염 과정도 모델링하는 데 성공했다. 뇌수막염의 원인 곰팡이는 혈뇌 장벽을 자유롭게 통과해 뇌신경세포로 침투, 파괴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연간 18만 명 환자의 목숨을 앗아간다. 연구팀은 바이오칩에 병원성 곰팡이를 주입했을 때 마치 뇌세포를 찾아가는 것처럼 투과막으로 이동한 후 응집된 형태로 통과하는 현상을 실시간 관찰하고, 이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알아냈다. 그동안 곰팡이로 인한 뇌 감염은 알려져 있었지만 적절한 실험모델이 없어 이 곰팡이가 어떻게 뇌에 도달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번에 연구진이 찾아낸 유전자를 제거한 곰팡이는 혈뇌 장벽 모사막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곰팡이성 뇌수막염에 작용할 수 있는 후보물질 발굴이나 혈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지원사업, 뇌과학 원천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의생명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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