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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7일(水)
타인의 뇌를 읽고 마음까지 엿보는 세상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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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진의 브레인 스토리

신경 법학·범죄학 등 융합해서
범죄 식별·예방하는 연구 급증
새로운 윤리적 담론 형성 필요


K-팝에 이어 K-드라마도 한류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오징어게임’은 한국 드라마, 영화가 세계의 정점을 찍은 기념비라 할 수 있겠다. 이 게임은 어찌 보면 참여자 간의 치밀한 심리전이다. 경쟁자의 마음을 먼저 읽어야 내가 살아남는 생존게임이다.

사람의 생각을 엿보고 읽어내려는 시도는 사회적 차원의 인간 본능에서 기인한다. 생각을 엿보는 기술은 이미 뇌과학을 기반으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 경찰 수사에 사용되는 거짓말 탐지기도 심리 상태를 측정해 피의자의 생각을 탐지하는 기술이다. 기능적자기공명장치(fMRI) 같은 장비로 사람의 뇌를 실시간 관찰하는 혁신적 연구방법의 진화 때문에 이를 법정에서 활용하는 신경 법학(neuro-law), 신경 범죄학(neuro-criminology)도 최근 발전하고 있다.

범죄의 고의성은 매우 중요하다. 행위 당시에 사리분별과 정상적 판단이 가능했는데도 고의로 사람을 해하거나 물건을 훔친 것이라면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알코올,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심신상실 상태로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법정은 CCTV와 증인 진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뇌 영상은 현재 그 피의자의 머릿속 상태를 보여줄 뿐, 과거 범죄 행위 당시의 뇌를 보여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식 의학 명칭 ‘반사회적 인격 장애’, 드라마·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정신질환의 한 종류이다. 사이코패스는 심리적 정신질환, 소시오패스는 사회적 정신질환으로 원인과 배경에 따라 둘을 구분하기도 한다. 일부 신경과학자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정상인과 생물학적인 뇌의 구조가 달라 판단도 다르다고 한다. 뇌 구조의 차이가 공감능력, 책임감 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 범죄자의 뇌를 촬영한 결과, 편도체와 복내측 전전두엽, 전문측 전두피질을 포함한 전두엽 및 측두엽 등의 부위에서 수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편도체는 인간의 동정심, 죄책감 등 감정과 관계된 부분이며, 전두엽과 피질은 합리적, 이성적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영역이다. 뇌의 이런 영역이 수축돼 있다면 일반인과 다른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다. 뇌의 구조와 기능 이상이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으나 기술의 한계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일관된 기준으로 적용하기 무리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신경 법학, 신경 범죄학처럼 뇌 영상 분석 기술을 중심으로 신경과학과 법학, 심리학, 사회학을 융합해 뇌의 생리학적 측면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범죄를 식별·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뇌파를 측정하거나 뇌 영상을 보는 수준을 넘어, 인공지능과 나노기술로 뇌에 직접 인공물을 삽입함으로써 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기술도 등장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2017년 야심 차게 시작한 ‘브레인 타이핑’ 프로젝트는 기술의 한계와 연구 환경 등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7월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곧 열릴 것이며, 새로운 기술의 등장도 머지않았다고 과학자들은 예측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013년 시작한 뇌과학 프로젝트는 뇌의 연결성, 즉 뇌 지도를 작성하는 일이 포함돼 있다.

타인의 뇌를 읽고 마음을 엿보는 세상이 올 때 개인정보 보호, 기술 및 사회적·법률적 안정성을 누가 담보할 것인가. 기술의 현실화가 너무나도 빠른 세상에서는 새로운 윤리적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 사회가 과학기술의 혜택을 향유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슈는 연구자만의 윤리가 아니라 일반인의 자유와 권리, 도덕 등 기본권에 관한 문제다. 과학기술이 보편화, 상용화하는 단계에서 그때그때 문제를 수습하기보다 여러 분야 학자들이 모여 어두운 측면까지 고찰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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