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서 마동석까지 24년…오디션 없이 캐스팅 ‘달라진 위상’

  • 문화일보
  • 입력 2021-10-27 10:17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국배우 할리우드 도전史

장동건·전지현 평가·흥행 처참
이병헌·비는 액션 스타 못벗어
여배우중엔 배두나·수현 활약

‘기생충’등 글로벌 인기 힘입어
한국배우 역할도 확대·다양화
마동석·박서준 최고 성공 사례


“오디션은 보지 않았다.”

11월 3일 개봉을 앞둔 마블 블록버스터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의 주연 배우로 참여한 배우 마동석은 최근 국내 언론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는 굉장히 상징적인 단면이다.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서는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는 오디션을 거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기 때문이다.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를 노크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 이후 20년 넘는 시간이 흐르며 아시아 배우의 위상은 달라졌고, 그 쓰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박중훈부터 마동석까지…24년의 도전史

처음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한 한국 배우는 1990년대 충무로를 책임지던 박중훈이었다. 그는 1997년작인 ‘아메리칸 드래곤’에서 형사 역을 맡은 데 이어 2002년에는 유명 배우 마크 월버그와 함께 ‘찰리의 진실’에서 호흡을 맞췄다. 박중훈이 물꼬를 튼 후 장동건과 전지현이 각각 ‘워리어스 웨이’와 ‘블러드’로 할리우드를 두드렸으나 평가와 흥행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2010년을 전후해서는 비(정지훈)와 이병헌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당시 ‘RAIN’이라는 이름으로 월드투어를 돌던 비는 ‘매트릭스’ 시리즈로 유명한 라나·릴리 워쇼스키 감독 제작의 ‘닌자 어쌔신’ 타이틀롤을 책임졌고, 이병헌은 ‘지 아이 조2’와 ‘레드:더 레전드’ 등 유명 시리즈와 ‘매그니피센트7’ 등에 참여해 브루스 윌리스, 에단 호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배우 중에서는 배두나, 수현의 활약이 돋보였다. 비에게 관심을 가졌던 워쇼스키 감독은 직접 연출을 맡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배두나를 기용했고, 수현은 마블 시리즈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참여했다. 전 세계에서 14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린 이 영화는 한국 배우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 배우들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며 그들이 맡는 역할 또한 확대됐다. 마동석과 박서준이 각각 참여하는 마블 시리즈인 ‘이터널스’와 ‘더 마블스’는 제작비 규모나 그들의 지명도를 따졌을 때 역대 가장 성공한 할리우드 진출 사례로 손꼽힌다. 넷플릭스를 비롯,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그들의 출연작이 널리 알려지며 글로벌 스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마동석은 “6년 전부터 영화 ‘부산행’이 외국에 많이 알려진 후 계속 할리우드에서 여러 제안이 왔었다”면서 “‘이터널스’의 경우 오디션은 없었고 자오 감독이 이미 내 영화 여러 편을 보고 분석이 끝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액션 스타’ 탈피가 관건

할리우드에는 ‘동양 배우 = 액션 스타’라는 해묵은 편견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배우들보다 먼저 할리우드를 두드린 중국 배우 청룽(成龍)이나 리롄제(李連杰) 등도 몸을 쓰는 연기에 무게를 뒀다. 이는 한국 배우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와 이병헌은 ‘닌자 어쌔신’과 ‘지 아이 조2’ 등에서 깎아놓은 듯한 상반신을 드러내며 고난도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캐릭터의 성격 역시 선보다 악에 가까운 경우가 잦았다.

이는 아시아 배우에 대한 선입견과 함께 언어적 한계가 가져온 결과였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비와 이병헌 역시 대사 분량은 많지 않았다. 배우 최민식에게는 스칼릿 조핸슨과 출연한 영화 ‘루시’에서 아예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악역이 주어졌다.

이병헌은 ‘지 아이 조2’ 개봉 당시 MBC ‘섹션TV 연예통신’에 출연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담은 5분짜리 영상으로 오디션을 봤다며 “사실 내 연기를 보고 캐스팅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당시 감독이 4만2000명이 꽉 들어찬 도쿄돔 공연 장면을 보고 ‘어, 이 사람이 스톰 섀도야’라고 하더라. 약간 실망스러웠다. 아시아 티켓 파워를 고려한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약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를 휩쓸며, ‘오징어게임’이 글로벌 인기를 끄는 등 K-콘텐츠와 여기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 배우들의 성공은 그들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향후 K-콘텐츠와 더불어 한국 배우들을 찾는 할리우드의 러브콜이 더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