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반대에도 ‘과오 인정·화합 행보’ 평가… 국가장으로 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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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절차 관련 아직 입장 안내놔
반발 감안 분향소 간소화 검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내란죄 주범이긴 하지만 여전히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호남과 5·18 단체들, 일부 진보 성향 여권 인사들의 강한 반대에 국가장 결정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코로나19라는 점을 고려해 간소한 국가장 형태로 장례를 치르는 방안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27일 오전까지 공식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메시지 또한 이날 오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한 데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이처럼 로키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일부 여권 지지층의 강경 반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5·18 단체들은 노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호남과 진보 성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국가장에 반대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이 내란죄 주범을 국가장으로 치른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한 듯 일각에서는 ‘간소한 국가장’으로 치르는 안도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에 장례 기간이 5일 이내로 명시된 만큼 기간을 줄이거나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분향소를 간소화하는 식이다.

장지의 경우에도 청와대와 여권은 유족의 뜻을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유족들이 국립묘지보다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조성한 파주 통일동산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하는 여권 지지층의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날 오전까지도 추모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신중론 속 국민 정서를 파악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차담, 한·아세안 화상정상회의,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 등 굵직한 일정이 이어지면서 내부 의사결정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노 전 대통령 별세 관련 메시지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같은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추모 메시지 내용이나 조문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28일부터 유럽 순방이 예정돼 있어 영결식이 열릴 때는 국내에 머무르지 않는 점은 변수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