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때 시작해 韓 로켓개발역사 몸으로 겪어… 발사시험날엔 단색옷·하늘에 3번 기도

■ 현안 인터뷰
- ‘로켓 사이언티스트’ 외길

작년 75t급 엔진 폭발사고 등
20여년 동안 4번의 고비 넘겨

한영민(53)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연구본부 발사체엔진개발부 부장은 평생을 ‘로켓 사이언티스트’로 살았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 항우연에 합류한 청년은 최초의 과학로켓에서부터 나로호를 거쳐 누리호 첫 발사로 이어지는 긴 시간 로켓 개발사의 희비를 몸소 체험하며 이제 머리가 희끗한 중견 과학자가 됐다. 그에게 국산 로켓 개발에서 언제가 가장 힘든 고비였냐고 묻자 20여 년 세월 속에 무려 4번의 위기를 꼽았다.

“첫 번째는 2014년, 75t급 엔진 연소기의 연소 불안정을 극복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 자칫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12번 이상의 설계 변경과 20회 이상의 연소시험을 거쳤다. 두 번째는 2010년, 시험설비 설계를 시작했을 때다. 10∼20년 후에 후배 연구자들에게 욕먹지 말고 잘 만들어 놓자고 다짐했다. 우리 설비가 없어 설움을 많이 겪었으니까. 세 번째는 2015, 2016, 2017년 엔진 시퀀스 정상화를 위해 했던 밤샘 작업 시기이다. 네 번째는 2020년 75t급 엔진 폭발사고다. 교훈을 얻었지만 극복 과정은 힘들었다.”

과학자들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애써 만든 엔진을 테스트하기 전날 밤은 10시 이후까지 수도승처럼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엔진 시험절차서만 검토해야 한다. 특히 엔진 시퀸스는 사무실에서 두 번, 기숙사에서 자기 전에 한 번 더 검토해 3번을 채운다. 시험 당일은 무조건 단색 옷을 입는다. 그리고 시험 전 하늘에 3번 기도를 한다. 마지막 30분 전에 커피를 3잔 마시고 제정신으로 버틴다.

“2013년 시험 설비 구축 당시 ‘이름을 걸자’는 신념으로 바닥 기초공사 때 나와 팀원들의 항우연 명함을 함께 넣었다. 한국의 우주발사체 개발의 토대가 되자는 마음이었다. 2016년 5월 75t급 엔진의 첫 연소시험은 1.5초였지만 매우 길게 느껴졌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몸이 축 처지는 기분이었지만 가슴속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감동이 너무 컸다.”

로켓 사이언티스트로서의 보람을 묻자 한 부장은 “학생일 때 로켓은 교과서에만 볼 수 있었고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며 “막연히 동경만 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액체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발사체를 발사하게 됐고 저도 거기에 참여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과학을 지휘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그리고 국민에게 부탁했다.

“우주발사체는 오랜 기간 기술 축적의 결과물이다. 매우 많은 부품으로 이뤄져 있고 신뢰도가 높아야 발사에 성공할 수 있다. 개발 기간 성과와 실패, 선진국과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응원, 격려해주면 우리 개발자들이 우주 영토를 확장하는 큰 선물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우주 개발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분야이므로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