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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10월 28일(木)
“누리호가 보낸 텔레메트리 분석 중… ‘46초의 미완성’ 원인 찾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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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이 누리호의 역사적 발사를 지켜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임무통제센터(MDC)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현안 인터뷰
- 한영민 항공우주연구원 엔진개발부장

로켓 엔진 개발은 高난도 작업
중대형 국산화 30년 걸려 결실
연구원과 엔지니어·근로자 등
수백여 명 집단지성·땀의 산물

2003년 러와 나로호 협력 때
한쪽서 30t급 엔진 개발 시작
2016년 75t급 연소 시험 성공

액체산소 -183도 극저온 저장
3300도에서 연료 혼합해 태워
수천 도 온도 변화 견뎌야 하고
점화타이밍 정밀제어 기술 필요


우리나라 우주 자립시대의 첫 관문을 열어젖힌 제1호 한국형 발사체(로켓) ‘누리호’가 지난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를 박차고 700㎞ 우주 상공으로 치솟아 오른 지 28일로 딱 일주일이 됐다. 성공률 30%도 채 안 되는 국산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에서 이륙-1·2·3단 분리-페어링(위성 덮개) 분리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진행했으나, 아쉽게도 마지막 3단 추진체(엔진)의 연소시간 미달로 가짜(dummy) 인공위성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다. 국민과 여론은 “잘했다, 하지만 아쉽다”며 9분 능선을 넘은 한국 연구진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내년 5월 두 번째 발사에는 꼭 완벽한 성공을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발사는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의 ‘비행’ 작동에 문제가 없나를 점검하는 시험비행이었던 만큼 발사체의 심장, 즉 엔진에 해당하는 추진체의 성능 검증에 이목이 쏠렸다.

특히 세계에서 우리나라를 포함, 단 7개 국가밖에 성공시키지 못한 75t급 중대형 로켓 엔진의 국산화를 공식적으로 14년 만에, 실제 30년 가까이 걸려 달성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K-로켓 엔진 엔지니어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발사 후에도 시험비행 데이터 분석에 몹시 바쁜 로켓 엔진 개발의 주역, 한영민 항우연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을 세 차례에 걸쳐 원격 인터뷰해 항공우주인의 땀과 눈물을 전해 들었다.

―우선 축하드린다. 첫 소감을 말해달라.

“이런 기회를 줘 고맙다. 저를 보고 주역이라 하는데 국산 로켓 엔진 개발에만 항우연 70여 명의 연구원이 매달려 있고, 11곳의 협력 산업체에서 종사하는 분도 200여 명이 넘는다. 엔진은 구성품도 많고 기술 난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진 시험설비를 건설해준 근로자분들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수백 명의 집단지성과 근로가 모여 이룩한 성과다. 또 발사체로 확대하면 항우연에만 250여 명, 300여 곳의 협력 기업에서 수많은 인원이 오랜 기간 땀을 흘렸다. 엔진은 자동차든 비행기든 우주선이든 설계뿐 아니라 실제 제작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엔진 설계와 테스트 등 ‘머리’를 보탰다면 협력 기업의 엔지니어들은 ‘손’을 써서 제대로 작동하는 엔진을 만들었다.”

▲  우리나라 고유 기술로 개발한 75t급 로켓 엔진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시험동에서 시뻘건 불꽃을 뿜으며 연소 시험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가 끝났는데도 정신없이 바빠 인터뷰하기 힘들었다. 왜 이렇게 바쁜가.

“누리호에서 수집한 텔레메트리(원격 수신 전자정보)를 분석하고 있어서 그렇다. 데이터를 추출해서 담당별로 보고 있다. 발사체 1단과 2단 사이에 로켓의 내·외부를 촬영하는 카메라 영상데이터가 있다. 이걸 보면 마지막 3단 로켓의 점화에는 성공했는데 미처 다 타지 못한 임무 미완성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료나 산화제 누설, 소규모 화재 등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찾고 있다. 단 분리 및 페어링 분리까지 성공해 총 비행시간 16분을 채웠지만 막판의 아쉬운 고장 부분을 파악하려는 것이다(누리호는 지상 700㎞ 목표 고도까지 올라갔으나 인공위성을 초속 7.5㎞의 빠른 속도로 궤도 속에 밀어줘야 하는 3단 7t급 소형엔진이 정상 연소 521초에 46초 모자라는 475초만 타고 멈췄다).”

―개발 과정을 요약한다면.

“한국형 발사체는 공식적으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이때 이미 나로호 발사 후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해 한국형 발사체란 개념을 세우고 설계부터 착수했다. 하지만 엔진 개발자인 저 개인으로서는 2000년 10월 한국형 과학관측위성(KSR―Ⅲ)의 주 엔진을 시험하던 2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나로호 소형위성 발사체 사업이 시작되면서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30t급 엔진으로 발사하자’ ‘국제협력 방식으로 우선 배우자’는 2개 안이 나왔다. 결국 러시아와 협력해 나로호를 발사하기로 정해졌지만, 다른 한쪽 방에서는 조용히 30t급 엔진 개발을 시작했다. 저는 엔진 중에서도 연료와 산소를 혼합해 태우는 연소기 개발을 맡았다. 연소기 바로 앞쪽에서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기체 형태로 뿜어주는 부품인 분사기를 0.1t 단위로 먼저 설계했다. 20번 이상 이리저리 고쳐 간신히 끝냈다. 이걸 묶어(clustering) 2t의 추력을 갖는 축소형 연소기로 제작해 14번 정도 시험했다. 최종적으로 320개를 묶어 30t의 추력을 내는 엔진 선행 개발을 2008년까지 했다. 이걸 기반으로 75t급 엔진으로 목표가 상향 조정됐다. 2016년 5월 야간작업을 지속하면서 75t급 엔진 1호기의 연소시험에 성공해 우리가 ‘엔진 독립의 날’로 명명한 기억이 난다.”

―로켓 엔진은 자동차나 비행기 엔진과 어떻게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엔진 연료와 산화제를 싣고 있다는 점이다. 차와 비행기는 연료를 공기 속 산소를 이용해 태운다. 로켓 엔진의 경우 지구에서 출발해 불과 20∼30초 후 진공 상태인 10∼20㎞ 우주 상공에 도달한다. 거의 공기가 없는 공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산소를 내부에 보관해야 한다. 또 엔진의 힘(추력)도 많이 차이가 난다. 보잉 747 항공기 엔진은 1기당 20∼40t급이다. 우주 엔진은 기본이 75t급이고, 묶어서 300t 이상의 추력을 낸다. 규모가 월등히 크다. 75t 엔진은 초당 260㎏의 연료와 산화제를 소모한다. 200ℓ 드럼통을 기준으로 잡을 때 초당 1.25개 통을 태우는 것이다. 300t급 누리호 1단 엔진은 1초에 드럼통 5개를 비운다. 중형 자동차의 연료 소모량이 초당 2∼3g이니까 자동차 4만 대가 사용하는 연료를 단 1초에 모두 태우는 셈이다. 하나 더 말하면 보통 엔진은 4∼5도의 상온에서 작동한다. 하지만 로켓 엔진은 -183도의 극저온 상태로 저장한 액체산소를 연료(케로신, 항공 등유)와 혼합해 연소기에서 3300도의 고온에서 태운다. 위아래 수천 도의 온도 변화를 견뎌야 하는 것이다. 압력도 엄청나다. 한마디로 극한 환경이다. 게다가 연소기의 점화 타이밍도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누리호 1단 엔진의 경우 4개의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300t급 추력을 내는데, 합창단이 동시에 고음을 지르듯 4개 엔진이 동시에 불을 뿜도록 1000분의 1초(1ms·밀리세컨드) 단위로 조절한다. 연료와 산화제가 섞여 타는 반응 시간을 딱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추진체의 탱크에서 연료·산화제를 연소기로 날라오는 배관 밸브를 20∼30ms 단위로 정밀 개폐할 수 있어야 한다. 밸브는 연료와 산소를 틀고 잠그는 수도꼭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료·산화제를 강한 압력으로 빨아들여 밸브로 제어하려면 가압용 터보 펌프의 날개를 돌려줘야 한다. 연소기 안에는 연료의 5%가량을 먼저 소모하는 소형 연소기, 즉 가스 발생기가 있다. 고체화약 점화제로 가스 발생기를 600도 온도로 불을 붙이면 이 가스가 펌프의 날개를 돌리고, 그 압력에 의해 연료·산화제는 메인 연소기로 흘러간다. 산소와 만나면 불꽃이 튀는 접촉성 발화물질, 즉 두 번째 점화제가 본격적으로 불을 붙여 3300도의 하얀 연소 가스가 로켓 밖으로 뿜어져 나가는 것이다. 이 모든 엔진 시퀀스(작동 순서)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발사체가 정상 비행할 수 있다. 로켓 꽁무니를 보면 종처럼 생긴 노즐이 있다. 이곳에서 엔진에서 팽창한 가스에 의해 운동에너지로 바뀐 강력한 힘이 누리호를 초당 2700m의 속도로 상공을 향해 쏘아 올린다.”

―이번에 오작동한 3단 7t 엔진은 작아서 더 쉬운가.

“구성품은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작아서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 물론 큰 규모의 엔진보다 제작하기 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작아지면서 열 유속, 열적 하중이 커진다. 아까 말한 연료·산화제 이송용 터보 펌프의 날개 회전수도 75t 엔진에 비해 2.5배 이상 빠른 초당 2만6000회에 달한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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