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주환, 물 셋, 280×280×35㎝, 철선 용접, 2021
태고부터 잎새에 맺힌 이슬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큰물’을 이뤘다. ‘하나가 쌓여 열이 될 만큼 커져 담을 그릇이 없으니 셋이 됐다’(일적십거 무궤화삼·一積十鉅無櫃化三). 셋이란 무엇일까. ‘천, 지, 인’일 것이다. 천부경(天符經) 말씀은 많은 영감을 준다. 춘천에 당도해 만난 ‘세 물’, 그 곡해도 그럴싸한 듯.
품천가(品泉家) 김주환 작가의 부조 작업에서 보이는 동심원들은 이 땅을 적셔주는 물에 서린 이야기들에 관한 기록들이다. 마치 LP판 소리골 같이 생긴 용접 비드(bead)에 이 땅의 내밀한 소리들이 새겨져 있음 직하다. 들리는가, 잎새 끝에서 한 방울 떨어지는 찰나, 호수의 새벽을 깨우는 청아한 소리를.
기하적 분할에 따르면 수령을 헤아릴 수 없는 원목을 각지게 켠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 대목 또한 오묘한 데가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생명의 이야기를 담은 나이테들, 철의 액화(液化)를 수행하는 매 순간 숨죽여야 했다. 촉촉하고 고상한 철의 물성. 쇠붙이를 잘 다루는 DNA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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