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킨은 트럼피즘의 델타변이”… 다시 고개드는 ‘트럼프 대세론’

■ 美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공화당 승리 정치적 파장

“트럼프와 적당히 거리두면서도
그를 부정하지 않는 전략 유효”
내년 중간선거 민주 위협 분석

버지니아 라디오 나온 트럼프
“내 선거 구호 덕분에 이겼다”

“트럼피즘의 델타 변이가 출현했다.”

미국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8년 만에 공화당이 승리하면서 ‘트럼피즘’ 건재가 확인됨과 동시에 부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선거로 한때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였던 버지니아가 다시 전통적인 ‘퍼플 스테이트’(경합주)로 돌아서면서 내년 중간선거, 더 나아가 2024년 차기 대선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해 온 CNN방송의 정치 평론가 밴 존스는 의회나 정부에서의 경험이 전무한 글렌 영킨의 승리가 “트럼피즘의 델타 변이가 출현했다는 증거”라면서 “영킨은 (트럼프와) 같은 종류의 질병이지만, 훨씬 더 빨리, 더 많은 곳에서 확산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도 그를 직접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 식으로 줄타기해온 영킨만의 전략이 새로운 형태의 트럼피즘을 탄생시켰다는 얘기다.

영킨은 버지니아주 내 133개 카운티 중 6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겼고,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농촌 지역 유권자들을 고스란히 흡수했다. 유권자 61%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줬던 교외 지역에서도 영킨은 46%의 지지율을 이끌어 내며 강경·온건파 모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가 거셌다. 랜돌프-매콘 칼리지의 로렌 벨 정치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했다”며 “공화당(지지자들)은 이기길 간절히 원했고, 활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별 투표율 상승 폭을 보면 민주당이 우세한 북부에서 19%, 공화당이 우세한 남·서부에서 25%로 나타났다.

패트릭 루피니 공화당 전략분석가는 “트럼프의 이름이 붙지 않은 누군가가 ‘트럼프 연합’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됐다”고 평했다. USA투데이도 “영킨의 전략은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따를 모델로 예고됐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도 자신의 공을 부각시키고 나섰다. 그는 이날 버지니아 지역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MAGA’(트럼프의 대표적인 선거 구호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가 없었다면 영킨은 15포인트 이상 잃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전망하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70석이 넘는 민주당 의석이 위태로우며, 공화당은 60석 이상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내보였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