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종전 쇼’ 안보 자살의 입구

  • 문화일보
  • 입력 2021-11-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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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북한 김정은은 올 1월 8차 당대회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략핵뿐 아니라 전술핵 능력을 획기적으로 확장해 핵무력 건설을 최종 상태로 완성하겠다고 공표했다. 전략핵은 사용하기 힘든 무기인 데 비해, 전술핵은 유사시 실제 사용 가능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기간 집중 개발한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에 전술핵을 탑재하기 위해서다.

북핵 전문가인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최근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게재한 ‘북한의 핵전략 변화 고찰 : 전술핵 개발의 전략적 함의’ 논문에서 ‘북한과 같이 보복 역량과 선제공격 역량을 동시에 추구하는 지역 핵국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전략은, 미국에 대한 확증보복 역량과 한미연합군에 대한 비대칭 확전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군사 전략적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중·러 등 핵 강대국과 유사하게 전략과 작전·전술 목적을 위한 광범위한 핵전력 구축을 시도하는 등 다른 지역 핵국에 비해 훨씬 야심 찬 핵전력 구축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핵 선제 불사용’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데, 이게 현실화하면 미국 핵우산의 대북 억지력은 크게 약화되는 대신 북한의 핵전략에는 날개를 달아주게 된다. 5년 후 북한의 전술핵이 완성되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해 국가 존폐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된다.

김정은은 지난 10월 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고 했다. 나라 경제가 거덜 난 판에 여전히 상시병력 118만 대군을 유지하고, 북한군 70% 이상을 휴전선 수㎞ 이내에 전진 배치한 채 전술핵 개발에 열을 올리는 북한의 위장·기만전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군사전문가들은 전술핵 개발이 완성되면 북한의 핵 억제 태세와 핵전쟁 수행전략 측면의 혁명적 변화가 초래될 것에 대비해 작전계획 변화 등 실효성 있는 군사 대비책 마련을 주문한다. 북한의 전술핵 인질로 전락하는 마당에 임기 말 문재인 정부는 허구한 날 평화 타령, 종전선언 쇼에 목매고 있다. 대북 제재를 풀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완성하겠다는 김정은의 목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는 마당에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지위 변경과 유엔군 해체 빌미로 작용, 전술핵 완성 시간만 벌어줄 판도라 상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부정적인 이유다. 종전선언 쇼는 비핵화 입구가 아니라, ‘국가 안보 자살 프로세스’ 블랙홀 입구다. 국민을 가짜평화에 감염시켜, 북한 전술핵 위협을 망각하게 하는 주술에 불과하다. 코로나19, 대북 제재, 자연재해 3중고의 벽에 부닥친 김정은 체제가 ‘핵’과 ‘경제’를 동시에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차기 정부 과제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을 완료하면, 체제위기 돌파용으로 수시로 협박하는 등 핵 사용 유혹을 느낄 확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문 정부는 종전 쇼라는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멈춰야 한다.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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